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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 참아라?'…공사장 흙먼지에 운동장 뺏긴 아이들

<앵커>

공사가 한창인 서울 재개발 지역 안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공사현장과 학교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공사장을 가로질러 등교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또 학교에 가서도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동취재, 박찬근 기자입니다.

<기자>

1천5백여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서울 신길동 재개발 현장입니다.

터 다지기 공사가 한창인데, 공사 현장과 가림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생들이 위태롭게 오고 갑니다.

공사장에서 날아오는 흙먼지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머리 아파요. 머리 아프고 목 아파요.]

[김민지/초등 5학년 : 갑자기 모래폭풍이 불어와서 얼굴에 부딪혔는데 눈이 따가웠어요.]

공사장에서 불어오는 흙먼지 때문에 운동장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체육 수업은 실내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운동장은 이렇게 텅 비어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운동장을 한 달 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측정 당일 영등포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인 55㎍/㎥였는데, 이곳은 두 배 가까이 높은 97㎍/㎥로 '나쁨' 단계로 나왔습니다.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 :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이 초과가 돼서 야외 운동장 수업을 지양하라고 권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학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부모 : (아이가) 그전에는 잘 안 다니던 병원을 최근 들어서는 너무 자주 가고 아침에 열이 나고 목이 부어요.] [전보경/학부모 : 어린아이들은 마스크 쓰라고 해도 잘 안 쓰잖아요.]

석 달에 걸친 학부모들의 항의 끝에 건설사는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배치해 주고 학교 건물 외벽에 물을 뿌려주기로 했습니다.

[공사현장 관계자 : 올해 10월이나 11월 정도면 지금처럼 흙이 드러나는 상황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 각종 먼지가 발생하는 데 대한 근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2년 뒤에나 끝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관할 구청도 건설 현장 먼지는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최대웅, 영상편집 : 김준희,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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