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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숨어 '셀프 주사'…화장실 내몰린 소아당뇨 아이들

<앵커>

어린 나이에도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소아당뇨 환자가 전국에 5천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화장실 같은 곳에 숨어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스스로 주사를 놓는다는데요.

왜 이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건지 장선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8년 전부터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중학교 2학년생 김 모 양은 매일 네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점심시간 때면 홀로, 학교 화장실에 들어가서 스스로 주사하고 혈당 검사를 합니다.

[김 모 양/소아 당뇨 환자 : 하루에 네 번 맞고, 화장실에서 맞는데. (왜 화장실에서 주로?) 교실이랑 보건실이 멀어서요.]

멀다는 이유만이 다가 아닙니다.

[김 양 어머니 : 당뇨라고 하면 주변 시선도 좀 (좋지 않죠). 아이도 주사 맞는 걸 (창피해해요). 괜찮은 거라고 숨기지 말고 맞으라고 해도 본인이 싫어하고 창피해하죠.]

왜 본인이 직접 주사하는 걸까? 먼저, 의료법상 간호사인 보건교사는 의사의 처방 없이는 인슐린을 투약할 수 없습니다.

복지부가 학부모의 동의만 있으면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두 달 전에 내놨지만 소용없습니다.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놨다가 아이가 잘못될 경우 누가 책임질 거냐는 문제 때문입니다.

선진국처럼 보건교사가 소아 당뇨 환자의 인슐린 투약을 돕도록 하는 법안이 2년 전 발의됐지만, 보건교사들의 반대로 폐기됐습니다.

[김광훈/소아당뇨인협회 회장 : 미국이나 유럽에는 보건교사, 담임, 그리고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아이에 대한 보호나 교육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교육이나 지원하는 시스템이 아무것도 안 돼 있습니다.]

선천적 소아 당뇨로 약물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꾸준히 증가해 5천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소아 당뇨 환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도록 학교에서 교육이 필요하고, 위급할 때만이라도 보건교사가 투약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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