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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질과 양' 모두 잡은 대포군단 SK, 홈런 새 역사 쓸까

[취재파일] '질과 양' 모두 잡은 대포군단 SK, 홈런 새 역사 쓸까
SK는 지난 4일 대전에서 한화를 7대 4로 제압했습니다.

놀라운 건 7점을 모두 홈런으로 얻었다는 점입니다. 2회 나주환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한동민(5회 2점), 최정(7회 1점), 로맥(7회 1점), 김동엽(7회 9회 1점)이 잇따라 아치를 그렸습니다. 특히 4대 3으로 뒤진 7회 중심타자 최정과 로맥, 김동엽은 동점과 역전, 쐐기 점수를 모두 홈런으로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였습니다. KBO리그 역대 27호이자 올 시즌 처음으로 3타자 연속 홈런, 이른바 ‘백 투 백 투 백’ 홈런이었습니다.

SK의 홈런 페이스는 시즌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지난 4월8일 홈에서 NC를 맞아 무려 홈런 6방을 터뜨리며 대포 군단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지난해 활약했던 정의윤과 최승준이 부진에 빠졌지만, 한동민과 김동엽 등 새로운 거포들이 등장해 연신 담장을 넘겼습니다.

4월까지 26경기에서 4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이 부문 선두에 올라선 SK는 5월 25경기에서 38개의 홈런을 추가했습니다. 6월 성적은 더욱 놀랍습니다. 4경기에서 무려 13개의 아치를 그렸습니다. 5일까지 시즌 55경기에서 날린 홈런은 98개. 2위 두산(56개)과 격차는 42개에 달하고, 10위 LG(30개)에 비해 3배 이상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SK의 홈런을 두고 혹자는 ‘크기가 작은 홈구장의 이점’을 언급합니다. SK가 홈으로 사용하는 행복드림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의 길이가 짧고(중앙 120m, 좌우 95m), 담장도 낮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SK가 터뜨린 98개의 홈런 가운데 홈에서 날린 건 50개, 원정 홈런은 48개로 차이가 2개뿐 입니다. 오히려 팀 장타율은 홈(0.458)보다 원정(0.479)이 2푼 가량 더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홈구장이 SK의 홈런 숫자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는 불 수 없습니다.
김동엽 선수
다른 원인으로 달라진 타선 구성과 공격적인 스윙이 꼽힙니다.

SK는 최근 몇 년 전부터 트레이드와 신인, 2차 드래프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거포 유망주를 모았습니다. 2015년 영입한 정의윤과 최승준이 지난해 활약했다면, 올해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동민과 2년차 김동엽이 파워를 뽐내고 있습니다. 대체 외국인 타자 로맥은 SK 타선의 화룡점정입니다.

5월11일에 합류한 로맥은 22경기에서 무려 11개의 아치를 그렸습니다. 마이너리그 4월의 선수에 선정될 만큼 기량은 인정받았지만, 리그 적응이 이토록 빠를 줄은 SK 구단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SK관계자는 “로맥의 홈런에 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가 한 명 늘어난 건 타선 전체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도 홈런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힐만 감독은 자신이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과감한 스윙을 주문합니다. 볼카운트에 따른 홈런 분포가 이를 말해줍니다. 98개 홈런 중 초구를 공략해 만든 홈런이 20개로 가장 많았고, 풀카운트와 2-2 카운트가 각각 13개, 12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타자가 기다리는 카운트라는 3-1에서도 5개의 홈런을 날렸습니다.
트레이 힐만 감독
올해는 홈런의 ‘질과 양’을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큽니다.

SK는 지난해 182홈런으로 1위 두산(183개)에 1개 뒤진 팀 홈런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팀 득점은 9위, 득점권 타율은 꼴찌였습니다. 영양가 없는 홈런을 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올해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시즌 29승 가운데 결승 홈런으로 11승을 챙겼고, 팀 득점은 302점으로 전체 2위에 올라있습니다.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한 명도 없지만 14명의 타자가 홈런을 치면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포 군단’ SK가 홈런 역사를 새롭게 쓸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SK가 지금의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44경기에서 무려 257개의 홈런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는 지난 2003년 삼성이 작성한 한 시즌 최다 팀 홈런 213개를 넘어선 신기록입니다.

홈런 1위 최정(18개)을 비롯해 한동민(16개)과 김동엽(13개), 로맥 등 거포 4인방이 모두 30홈런 이상을 때려낸다면 이 역시 신기록입니다. 지금까지 한 시즌에 30홈런 이상 타자를 배출한 건 3명으로 역대 4차례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홍구(9개)와 나주환(7개), 정진기(6개)가 가세한다면 무려 7명이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게 됩니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중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습니다. 에이스 김광현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데다 이렇다 할 전력보강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홈런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터지는 한 방은 팀 분위기와 팬들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의 분위기가 가을야구까지 이어질까요. 1989년 단일리그제가 시작된 후 28시즌 동안 홈런 1위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건 25차례, 89.3%에 달합니다. SK의 가을야구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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