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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약파기' 비판 앞에 선 국정기획위원회

[취재파일] '공약파기' 비판 앞에 선 국정기획위원회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7.06.05 11: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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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공약파기 비판 앞에 선 국정기획위원회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를 '사실상의 인수위원회'라고 부릅니다. 보궐선거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미 청와대가 꾸려졌지만,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로드맵은 국정기획위가 마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4일부터 56개 정부 부처와 청, 산하기관으로부터 숨 가쁘게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주말도 쉬지 않는 강행군이었습니다. 1차 업무 보고가 사실상 끝났는데, 주요 공약 중 일부가 보류됐거나 수정됐습니다. 굵직한 공약이 시작도 되기 전 폐기됐다는 점에서 '공약파기'란 지적도 나옵니다. 큰 관심이 됐던 몇가지 내용만 적어두려고 합니다.

① 통상기능의 외교부 이전 '백지화'
문재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 4월 27일]
"(지난 정부에서 통상 부분을) 외교부에서 떼내서 산자부에 보낸 것은 저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외교부로 복원하는 것이 맞겠다고 봅니다."

국정기획위도 지난달 24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산자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열흘도 채 안 돼 없던 일이 됐습니다.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한·미 FTA 재협상 같은 현안이 산적해 주무 부처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아서라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통상기능은 산업 쪽에 붙이는 게 추세"라는 주장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정기획위 내부에선 다른 이야기가 들립니다.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옮겼다간 의도치 않았던 조직 개편이 연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단 겁니다.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겠단 국정기획위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일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산자부의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옮기면, 산자부엔 에너지 관련 조직 등 일부 부처만 남게 됩니다. 위상이 크게 떨어집니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통합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연쇄 조직 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국정기획위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애초 공약을 번복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로 통상기능을 옮기겠다는 공약과,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겠단 공약이 충돌한 결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옮겨야한다는 주장의 근거도 "한·미 FTA 재협상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② 경호실 폐지 공약 '보류'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겠단 공약은 보류됐습니다. 이 내용은 문 대통령의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과 맞물려 대선 때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집무실 이전을 주도하고 있는 '광화문대통령 기획위원회'는 올해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세우고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2019년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경호기능 역시 경찰청 산하의 경호국으로 옮기고 권위의 상징이 된 지금의 경호실은 없애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일 국정기획위의 결정과 함께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게 제약이 큰 상황에서 경호 수위만 낮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장관급이던 경호실을 차관급인 경호처로 격하시켜 의지만큼은 보여줬단 평가도 나옵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③ 통신비 인하 '답답'…원전 공사 중단 '갈팡질팡'

국정기획위는 지난 1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달 25일에 이은 두 번째 업무보고였지만, 진척은 없었습니다. 미래부는 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안(案) 조차 마련해오지 못했습니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이 "미래부의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분위기는 답답했습니다.

월 1만 1천 원의 기본료를 없애겠다는 통신비 인하 공약을 철회하진 않았지만, 뾰족한 수는 아직 없습니다. 이해 당사자인 이동통신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다만 "문 대통령 공약인 만큼 후퇴는 없을 것"이라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부담하는 통신료는 반드시 낮추겠다는 방침만큼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국정기획위의 설명입니다.

탈(脫) 원자력 정책, 특히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놓고는 국정기획위 내부에서조차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읽힙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총 사업비는 8조 6천억 원으로, 현재까지 1조 5천 2백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막대한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국정기획위의 관련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때마침 지난 2일, 관련 업무보고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혼란을 자처했다는 비난만 들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걸린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 등의 발언이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당시 업무보고 때 나온 발언을 놓고 "공사 중단을 검토한다"인지 "공사를 우선 중단하고 (공사 재개 여부를) 검토한다"인지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실제 발언입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 [김진표 / 국정기획위 위원장 / 지난 2일]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제반적인 사항을 전부 점검해서 그것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해석에 따라선 주식 시장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내용. 결국 몇 차례의 브리핑을 거쳐 "공사 중단 여부를 충분히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상황은 정리됐습니다. 탈 원전이라는 방침은 그대로 가져가되, 원전 숫자를 차츰차츰 줄여나가자는 쪽으로 국정기획위 내부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정기획위는 오늘(5일)부터 5대 국정목표·20대, 국정전략·100대 국정과제를 정리해 국민 앞에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과제를 만드는 작업에 본격 착수하는 겁니다.

대선 때 내놓았던 현란한 공약들을 국정과제로 다듬다 보면, 파기하는 공약도 있을 겁니다. 불가피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산통 끝에 내놓을 결과물은 실행 가능하고 정제된 국정과제여야 할 것입니다. 경총과 공직사회를 매섭게 질책했던 국정기획위였지만, 내놓을 결과물에 따라 비판을 받는 입장에 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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