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 상황 윌슨에게 전해달라"…3·1운동 기폭제 된 여운형 편지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이 1918년 11월 작성해 윌슨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와 청원서 원본이 발굴됐습니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몽양 70주기를 맞아 최근 간행된 계간지 '역사비평' 제 119호에 여운형이 쓴 1쪽짜리 편지와 4쪽짜리 청원서를 분석한 글을 실었습니다.

편지와 청원서는 미국 컬럼비아대 버틀러도서관의 크레인 가족문서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여운형은 편지에서 "우리는 끔찍한 억압적 통치 아래 놓여왔지만, 세계에는 거의 잊혔고 주목받지 못했다"며 "동봉된 문서에 묘사된 것처럼 이러한 상황을 윌슨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적었습니다.

또 편지에서 자신을 '신한청년당 총무'라고 밝혔습니다.

여운형은 윌슨 대통령 지지자인 크레인에게 이 청원서와 편지를 보낸 뒤 그해 12월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밀러드에게도 파리강화회의에 전해 달라며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보냈습니다.

정병준 교수는 "크레인과 밀러드는 여운형의 청원서를 들고 각자 미국으로 들어갔지만, 윌슨 대통령과 파리강화회의에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여운형이 쓴 청원서의 내용은 미국과 윌슨 대통령의 공로에 대한 찬사와 기대, 일본이 한반도를 발판으로 확장 정책을 펴는 데 대한 경고, 일본 점령하의 한국 상황, 한국인의 독립투쟁 의지와 미국의 지원 요청 등이라며, "이러한 논리와 논법은 3·1 운동 시기 국내외 독립운동 진영 내에서 보편적으로 제기되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또 "3·1 운동의 주요한 외부적 동력은 1918년 미주와 상하이 두 곳에서 파리강화회의에 파견할 대표를 선정한 데서 출발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며 "역사적으로 파리에 대표를 보낸 쪽은 상하이의 신한청년당이 유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또 "파리강화회의 대표 파견 시도라는 해외 독립운동의 자극과 그 연장 선상에 놓인 도쿄 2·8 독립선언은 3·1 운동이라는 국내적 대폭발을 이끌어냈다"며 "해외와 국내가 영향을 주고받은 이런 메아리 효과는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한국 독립운동 사상 일대 성취를 이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역사비평사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