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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쿠릴열도에 미군기지 가능성" 푸틴 발언에 낙심천만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이 일본의 주권 하에 들어가면 이들 섬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계 주요 언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공개발언에 일본이 크게 낙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이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이들 섬에서의 "공동경제활동"을 위한 일본 조사단의 현지방문 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5월 중 4개 섬에 공동경제활동을 위한 조사단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측의 조정이 난항을 겪는 바람에 정작 4개 섬 방문에는 합의하지 못한 채 사할린에만 민관합동조사단을 보내게 됐다.

조사단은 현지에서 사할린 주 정부 관계자 등과 만나 바로 전날인 5월 31일 어렵사리 "6월 중순 이후" 조사단을 북방 4개 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

조사단 단장인 하세가와 에이이치(長谷川?一) 총리 보좌관은 "공동조사는 오늘부터 시작되며 실제로 4개 섬을 방문하는 것으로 제1회 조사를 마치게 된다. 이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합의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발언이다.

그만큼 급했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내심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만나 공동경제활동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4개 섬 방문조차 쉽게 합의하지 못한 것은 속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공동경제활동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은 어떻게든 영토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공동경제활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제도상의 문제를 빌미로 양국 법률과는 다른 "제도"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4개 섬을 "특수한 지역"으로 만들어 영토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일본 측이 관심을 갖는 쿠릴 4개 섬 외에 사할린 주 전체 개발에 일본 자본을 활용하고 싶어한다.

4개 섬만을 놓고 보면 어업과 군대 관련 이외에는 이렇다 할 고용이 없다.

러시아는 쿠릴열도 발전계획을 수립해 인프라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작년에만도 4개섬중 하나인 에토로후의 인구가 7% 감소하는 등 인구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 약세의 영향으로 러시아 정부가 관련 예산을 더 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일본과의 공동경제활동과 관련, "러시아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올레그 코제미야코 사할린 주지사는 전부터 "일본이 쿠릴열도 개발에 협력하지 않으면 한국을 협력대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양국 관계에 밝은 러시아 고등경제학원의 알렉세이 프로토니코프 교수는 "일본이 4개 섬의 주권에 연연해 하는 한 공동경제활동이 진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푸틴 대통령의 "미군기지 설치" 우려 발언에 일본이 낙심천만인 것도 이해할만하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4개 섬 미군 배치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2월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한 기자회견에서 미 ·일 안보조약을 거론하며 4개 섬의 군사적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으나 이번 발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아사히는 러시아가 4개 섬을 안보상의 문제로 간주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상 공동경제활동 등을 통한 영토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안보의 근간인 미 ·일 안보조약이 영토문제 해결의 장애물이 되고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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