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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000 라인' 청와대 입성? 검찰 안팎 뒷말의 진위 가려보니…

청와대의 검찰 수사관 공개 모집

[취재파일] '000 라인' 청와대 입성? 검찰 안팎 뒷말의 진위 가려보니…
며칠 전 신문을 보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 받는 검찰 수사관을 공개 모집한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아직까지 현직 검사가 파견되지 않았다. 수사관 파견마저 공개 모집이라니 이를 두고 '검찰 중립 보장' 신호 아니겠냐는 해석도 일견 수긍이 됐다.

다른 걸 따지기 전에 지금까지의 '짬짜미' 발탁 관행을 깬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 정권의 색깔과 입맛에 들어맞거나, 검찰 조직의 필요에 의해 누군가가 '심어지는' 걸 방지할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공개 모집이 꼭 투명한 절차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개운치 않은 뒷말들이 검찰 안팎에 나돌았다.

법무부가 일선 수사관들에게 희망 여부를 확인한 뒤 일정 배수의 후보군을 선별·추천해서 청와대가 1명을 내정했는데, 결과적으로 검찰 내 소위 '000 라인'이 낙점됐다는 내용이었다. 선별·추천 과정에 관여한 사람이 대표적인 '000 라인'인데 내정된 인사가 이 사람의 심복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한때 잘 나갔고 아직도 검찰 조직 내에서 건재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000 라인'은 소위 '받은 글' 안에서 이례적인 공개 모집 형식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소문 해보니 해당 인사가 '000 라인'이라는 얘기는 거짓일 가능성이 높았다. 오히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반대되는 이력의 소유자로 확인됐다.

뒷말의 근원지로는 선별된 후보군에 들어 있었지만 아쉽게 기회를 얻지 못한 당사자들과 희망 의사를 표시했지만 아예 1차 후보군에도 들지 못한 수사관 몇몇이 지목됐다. 인사를 앞두고 서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건 어느 조직에서나 관찰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검찰 수뇌부의 '돈봉투 만찬'도 참석 당사자들을 끌어내리기 위한 누군가의 안 좋을 의도 덕(?)에 알려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렇게 안팎이 뒤숭숭한 시점에 더군다나 사고 없이 2-3년 근무 마치고 돌아오면 기본적으로 2-3년 진급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인데 누군들 이 조직을 잠시 벗어나 대궐(?)로 가고 싶지 않으랴 싶긴 하다.

수사관 선별·추천 과정에 참여한 당사자와 통화를 했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일부러 자신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없고, 출신지와도 무관한 사람들을 후보군에 많이 포함 시켰는데 허무맹랑한 말들이라는 얘기였다.

뒷말은 확인을 통해 진위를 가려내면 된다. 우려스러운 건 뒷말이 아니라, 신문에 날 정도로 좋은 의도를 갖고 진행된 공개 모집이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다시 '짬짜미' 발탁으로 환원되고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도 그에 맞는 절차가 갖춰지지 않은 채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 변질되고 퇴색되기 쉽다. 실력은 둘째, 지연·학연 등 인맥을 무엇보다 우선시 해온 우리 사회에서는 더더군다나 갑작스런 방식의 변화 이전에 투명한 절차부터 담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탕평책이라는 이름 아래 새 정부 인선 과정에서 출신 지역과 성별이 주요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이미 해당 지역 출신이 중용돼 지레 자신은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인사들의 불평도 나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일부러라도 고려하고 배려해야 할만큼 출신 지역이나 성별에 따른 인사 편중이 심했던 게 우리 현실이다. 실력만 놓고 따지면 굳이 배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아직 우리는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과 우여곡절 와중에 우리 사회가 좋은 의도대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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