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전국 법원의 형사 재판 담당 재판장들을 대상으로 '1심 주요 형사사건의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던 지난 23일 이메일을 통해 재판장들에게 중계를 허가할 의향의 있는지, 허가한다면 재판의 어느 단계에서 허용할지, 선고를 생중계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6가지를 물었습니다.
특정 사건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재판을 염두에 둔 설문으로 읽혔다는 게 이메일을 받은 판사들의 전언입니다.
한 법원 관계자는 "4월에도 법원 내부망에 전체 판사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며, "이제 실질적 검토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재판 생중계에 대한 국민의 수요는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방청 경쟁률은 7.7 대 1에 달했고,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시청률도 37.73%나 됐습니다.
법원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 이번 형사 재판장 설문결과 등이 중계 허용을 위한 규칙 개정 논의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아직까지는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재판이 정치적 선동이나 '쇼'로 변질할 수 있다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찬성론 측은 현재의 '밀실 재판'을 타파하고 재판의 공정성·신뢰성을 확보하자고 주장합니다.
반대론 측은 카메라를 의식한 피고인이나 증인이 입을 닫으며 재판 진행이 어려워지거나,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사생활이 여과 없이 방송되며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탄핵심판 기간 중 선고뿐 아니라 모든 변론을 촬영해 2∼3일 후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대법원도 지난 2013년부터 중요 사건의 공개변론을 온라인으로 생방송 하고 있지만, 법원의 1·2심 재판은 현재까지 한번도 생중계하거나 녹화해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상당수 지역에서 1·2심 재판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방송하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 재판도 실시간 중계하거나 법정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TV 공공 채널을 통해 주요 심리 내용을 소개합니다.
영국은 대법원의 재판 전 과정과 항소심 법원의 선고 등의 중계를 일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부 허가 규정이 있음에도 사실상 촬영·중계가 막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법정 내 촬영의 경우 재판장 허가에 따라 허용되지만, 본격적인 공판·변론 시작 이후엔 어떠한 녹음·녹화·중계도 불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