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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떤 서울시 간부의 '마음가짐'

[취재파일] 어떤 서울시 간부의 '마음가짐'
▲ 지난 18일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후 묘지 찾은 참배객들 모습.

전국에 많은 지자체장이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직기강 강조는 유별나다.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공직자의 잘못된 행동이 시민한테 끼치는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다. 지난 탄핵 정국을 '국가 리더십 공백사태'로 규정하고 서울시 공무원들을 다잡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직자가 단돈 1천원만 수수해도 처벌하는 이른바 ‘박원순 법’ 역시 박 시장의 평소 소신을 반영한다.

박 시장이 공직기강을 말할 때면 즐겨 언급해온 게 정약용의 <목민심서>다. 시장 취임 후 직원들에게 “목민심서를 꼭 읽어보라” 당부하더니 세금 들여 <신 목민심서>까지 펴냈다. <목민심서>를 서울시 실정에 맞게 재해석 했다는 이 책엔 서울시 공무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과 행동기준들이 망라돼있다. 박 시장은 책에 직접 쓴 인사말을 통해 “어느 때 단 한 번이라도 소홀해서는 안 되는 공직자의 금과옥조”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사건을 보면 이런 박 시장의 ‘지침’이 서울시 공무원 모두에게 새겨지진 않은 것 같다. 특히 지난 ‘5·18 기념일 고위공무원단 추태’를 통해 드러난 서울시 일부 간부들의 의식 수준은 심각하다. 고위공무원이 됐다고 교육을 받던 공직자들이 국가기념일에 벌인 술판엔 <신 목민심서>를 읽었을 서울시 간부도 끼어 한몫 했다. 이 간부는 고위직으로서 처신을 삼가고 삼갔어도 모자랐을 날에, 해경 경비함정까지 동원해 국가자산인 등대 관사에서 ‘사고’를 치고도 서울시엔 보고조차 안 했다.

이 간부를 교육 보낸 서울시의 태연한 반응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한 서울시 간부는 물의를 일으킨 간부에 대해 ‘시집보내 놓은 것’ 정도로 표현하며 남 일처럼 말했다. “사고를 쳤느냐는 판단도 파견된 부서 쪽에서 하는 것”이라고도 했는데, 마치 ‘들킨 게 문제’라는 투다. ‘고생했는데 연수 중에 술 좀 마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안일한 속내라면 참담할 뿐이다. 서울시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관리할 최종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요즘 서울시를 보면 우호적인 정부를 만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보인다. 박 시장으로서도 ‘코드’가 맞지 않았던 지난 정부에서와는 달리 각종 ‘박원순 표’ 정책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장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도시재생과 청년수당을 비롯해 새 정부에 건의했던 정책과제 66건 중 약 60%인 39개가 반영됐다. 탄력 붙은 마당에 앞으로 질주할 일만 바라보고 자칫 시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돌보는 데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올바른 마음가짐이 없는 열정은 독선이 되어 시민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역시 <신 목민심서> 인사말의 한 대목이다. 재차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은 말이다. 서울시는 간부부터 말단까지 모든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이 거꾸로 서 있진 않은지 살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마음가짐’ 없이 호기를 만나 정책성과에만 욕심내는 서울시 공무원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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