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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픈 만큼 성숙한 SK 김동엽 "실패 속에서 배웁니다"

[취재파일] 아픈 만큼 성숙한 SK 김동엽 "실패 속에서 배웁니다"
SK 거포 김동엽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한화 포수 출신 김상국의 아들로 야구인 2세인 그는 중학교를 마친 뒤 혈혈단신으로 일본 미야자키에 건너가 2년 동안 야구 유학을 했습니다. 귀국 후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김동엽은 2009년 프로야구가 아닌 미국 진출을 택했습니다. '메이저리거'라는 풍운의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이력 속에 '성공'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땅을 밟았지만, 산하 마이너리그팀을 전전했고, 어깨 부상까지 입어 2013년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그가 뛸 무대는 없었습니다. '해외파 2년 복귀 유예 조항'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김동엽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직면한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역으로 입대했고, 전역 후 몸을 만들며 KBO리그 구단의 부름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열린 2016 신인 드래프트. 8라운드 지명이 끝날 때까지 김동엽의 이름은 불리우지 않았습니다. 9라운드가 시작되자 SK가 '김동엽'을 호명했습니다. 9라운드 전체 86순위. 함께 도전장을 낸 마이너리그 유턴파 4명(남태혁·정수민·나경민) 중 지명 순위가 가장 낮았습니다.

하위 라운드 지명에 실망할 법했지만, 김동엽의 소감은 달랐습니다.

그는 구단 소식지와 인터뷰에서 "SK가 뽑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SK 지명을 받아서 정말 좋다. 초등학교 때 3년 동안 인천 연수동에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신인 지명 소식을 듣고 초등학교 친구들이 더 좋아해 주더라. 주위에서 9라운드 지명에 실망하지 않았냐고 묻지만, 지명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 신인 지명을 하는 날에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신고 선수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패와 고난 속에서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 SK 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김동엽은 "홀로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내 스스로가 단단해졌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혼자 생활하고, 운동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좋은 생각만 했고,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내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김동엽은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6, 6홈런, 23타점을 올렸습니다. 가능성을 보였지만,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는 기다렸습니다. “솔직히 2군에 있을 때 힘들었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고 했습니다.
트레이 힐만 감독
기다림 끝에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새 사령탑으로 트레이 힐만이 선임된 건 미국 무대를 경험한 김동엽에게 호재였습니다. 힐만 감독은 시즌 초반 기존 중심 타자들이 부진하자 김동엽을 4번 타자로 내세웠습니다. 김동엽은 "4번 타순에 이름이 오른 걸 보고 조금 당황했고, 긴장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김동엽의 방망이는 호쾌하게 돌아갔습니다. 장기인 힘을 앞세워 4월 한 달 동안 홈런 6개를 터뜨렸고, 22타점을 쓸어 담았습니다. 시즌 초반 흔들리던 SK는 김동엽의 활약에 기존 선수들의 부활이 더해져 중위권에 올랐습니다.

5월 들어 김동엽은 '정확성'까지 겸비했습니다. 타율은 4월(0.269)보다 3푼 가까이 오른 0.294(25일 오전 기준)를 기록 중이고, 삼진과 볼넷 비율(0.11->1.17)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김동엽은 "타석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타격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정확도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SK의 간판으로 발돋움한 김동엽은 달라진 위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고, 방송과 신문 등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자 '킹(King)동엽'이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김동엽은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직 배워야 하는 프로 2년 차 선수일 뿐이다"라고 자신을 다잡고 있습니다.

김동엽의 야구 인생은 아직 성공보다 실패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픈 실패 속에서 배움을 찾았고, 지금도 새로운 걸 찾고 있습니다. 김동엽은 "개막 엔트리 진입이라는 목표는 이뤘다"며 "시즌 끝까지 부상당하지 않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고 싶다. 아직은 내 것이 없는데, 올해 안에 내 것 하나를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올 시즌을 마친 김동엽의 모습이 궁금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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