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국회에서 여야 5당 지도부를 일일이 면담하고 '국회와의 소통'을 약속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회를 방문해 각 정당의 지도부를 예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 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2시 15분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오후 5시 40분까지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자유한국당 지도부와 김영우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차례로 찾았다.
이날 정 안보실장이 세 시간 반 가깝게 국회에 머물며 여야 5당 지도부 등과 열띤 국회 소통에 나선 것은 '안보에 있어서도 야당과 소통하고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와 맥을 함께한다.
실제로 이날 정 안보실장은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방문한 자리에서 "외교·안보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겠다"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여야 5당의 지도부 방문 순서에 있어서도 야 4당을 먼저 찾은 뒤 맨 마지막에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를 방문, 야권과의 협치 의지를 부각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 지도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정태옥 원내대변인에게 "연일 정씨 3대(代)가 모였다"며 친근감을 표시해 분위기를 띄웠다.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전화번호를 직접 주시면 제가 소통하겠다"며 면담 현장에서 김 위원장의 명함을 직접 받아가기도 했다.
이런 소통 행보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정 안보실장과의 면담 직후 페이스북에 "정의당을 방문한 첫 국가안보실장"이라며 "북한·미국·중국 등 센 친구들을 다루는 중책이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무운(武運)을 빈다"고 썼다.
다만 대선 국면에서도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보수 야당들은 정 안보실장에 다소 날 선 발언을 건넸다.
한국당 정 권한대행은 "저희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상당히 불안한 안보관을 갖고 계셨으니, 이 문제에 대해 실장께서 국민이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잘 이끌어달라"라고 주문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도 "보수정당 쪽은 햇볕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며 "실제로는 개혁·개방을 이끌지 못한 채 북한정권만 연명하게 했다는 평가가 있으니 저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달라"고 말했다.
야권의 쓴소리를 경청한 정 안보실장은 "대통령이 모든 국정에 관해 여야 간 협치를 강조했다"며 "외교·안보 쪽에서도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여야 지도부를 찾아뵙고 상황을 설명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민주당 지도부를 찾은 자리에서는 당·청 간 협력을 약속했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안보에 있어서도 문재인 정부가 애쓰고 있는 것처럼 (오늘 정 안보실장이 국회 방문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신 것 같아 참으로 보기 좋다"고 덕담을 건넸다.
특히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참 인상적이기도 하면서 국민으로서 안심도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 안보실장은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특히 국회 여당과의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저희는 믿는다"면서 "외교·안보의 주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여당 대표실에 와서 보고 드리고 협의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