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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부 쿠데타 3년 "정치 안정" vs "인권·경제 실패"

군부 통치 장기화로 나라 전체가 '군대화' 비판도

태국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한 지 22일로 꼭 3년이 됐다.

군부는 쿠데타 선언 이후 태국이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과 평화를 누린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군부의 강압에 의한 평화는 일시적일 뿐이며 오히려 군부 집권기에 인권과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고 비판한다.

22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군부 정권 2인자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집권 3주년을 맞아 '성공적인 치안유지'를 3년 군부 정권의 최대 치적이라고 평가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쿠데타 선언 이후) 태국에 평화가 복원됐다. 거리에 더는 시위꾼이 없다. 국민은 이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특별 보안조치에 해당하는 임시헌법 44조를 동원해 정치집회를 금지하고 군부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왔다.

덕분에 외견상 태국은 과거의 극심한 정치혼란과 폭력사태에서 벗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체포돼 구금되는 등 인권이 유린당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비판론자들은 군부가 강조하는 '평화'가 군부의 강제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이후 또다시 정치적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8월 20여 명이 사망한 방콕 시내 에라완 사원 폭발을 포함해 수도 방콕은 물론 남부 지역 등지에서 끊이지 않는 테러 추정 폭발사고는 이런 정치적 불만의 표출이며, 군부가 이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도 억누르지도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태국 군부 최고 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국민에게 다시 행복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최고 군정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 등은 대기업들이 불법 점유한 토지를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비롯해 경제 등에서 국민 친화적 정책을 펼쳐왔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군부가 서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경제 정책에는 성공하지 못한 채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잠수함 등 구매로 국가 재정에 부담만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 현지 조사업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군부가 과거 극심했던 거리 시위와 정치집회를 잘 통제했다는 응답 비율이 73%였던 반면, 군부가 경제를 개선하거나 서민 생활 수준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응답도 77%에 달했다.

이와 관련 쁘라윳 총리는 "NCPO를 공격하지 마라. 우리는 지난 3년간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가 성취하지 못한 것도 있다. 나는 200%의 일을 하고 있다"고 군부의 성과를 변호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군부의 정계, 관계, 산업계 장악이 장기화하면서 국가 전체가 '군대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지 국영방송의 금요일 저녁 뉴스와 인기 드라마 사이 프라임타임에는 쁘라윳 총리가 국정 전반에 대해 논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또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 위원 250명 가운데 143명, 각료회의 참석자 36명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2명이 전·현직 군인이다.

띤티난 뽕수디락 쭐라롱껀대 정치과학부 교수는 "군인들이 정치 분야의 주요 지위는 물론 국영기업의 요직까지 모두 차지하면서 지난 3년간 태국의 '군대화'가 진전됐다"며 "쿠데타를 처음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했지만, 결국 실제로는 권력과 이권만 탐하는 상황이 됐다. 좋은 쿠데타라는 건 없다는 말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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