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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바닷길, 들길, 산길, 3색(色)의 합주를 듣고, 보다 - 제주 올레길 2코스 ②

[라이프] 바닷길, 들길, 산길, 3색(色)의 합주를 듣고, 보다 - 제주 올레길 2코스 ②

박대영 기자 cyumin@sbs.co.kr

작성 2017.05.13 08: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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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라이프] 바닷길, 들길, 산길, 3색(色)의 합주를 듣고, 보다 - 제주 올레길 2코스 ②
▶ [라이프] 바닷길, 들길, 산길, 3색(色)의 합주를 듣고, 보다 - 제주 올레길 2코스 ①
마을은 여느 시골과 다를 게 없다.마을은 여느 시골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자체가 모순이고 어리석은 생각임을 이내 깨닫는다. 벽돌담이 흔한 여느 시골과 달리 돌담이라는 사실만 달라 보인다.
담장 너머엔 귤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반갑다.담장 너머에는 한라봉인지 귤인지 - 겨울이 지나고, 또 봄도 지나가고 있는데 - 아직도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반갑다. 다만 떠나야할 때 떠나지 못함이 미련 때문인지 게으름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는 모습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담장 위의 사랑담장 위에는 그리운 이에게 건네는 정다운 한 마디가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사랑’보다 더 가슴 뛰는 인연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제주라는 섬과 제주도의 사람들에게 새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온평리 환해장성마을을 벗어나자, 길은 온평리 바닷가로 이어진다.

곧이어 바다를 막고 선 장벽이 보인다. 환해장성(環海長城)이다. 환해장성은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바다를 둘러싸고 세워진 긴 성을 말한다.

환해장성은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300여 리(약 120km)에 이를 만큼 엄청난 길이의 장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온평리 해안가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만 남아 있다. 그리고 이 환해장성에는 고려 시대의 별동대였던 삼별초(三別抄)와 관련한 역사가 숨어 있다.
온평리 환해장성은 개보수로 그나마 보존 잘 된 편이라 한다. 대몽항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삼별초지만, 실제로는 해산을 명령한 당시 고려 정부의 뜻을 거역한 반란군이었다. 강화도에서 반란을 일으킨 삼별초는 강화도를 떠나 전라도 진도로 이동해 전라도 일원과 당시 탐라를 아우르는 세력권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몽고와 강화조약을 맺은 당시 고려 정부는 내치에 집중하려 했지만, 삼별초의 반란으로 3년여의 기간을 여몽(麗蒙) 합동작전으로 삼별초 토벌에 나서야 했고, 몽고와의 전쟁에서 비껴나 있던 남쪽 지방의 백성들은 삼별초로 인해 전화(戰禍)의 복판에 서게 되는 얄궂은 운명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환해장성 역시 진도(珍島)를 거쳐 탐라로 이동하는 삼별초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간세는 올레길에서 갈림길의 길잡이가 그 역할이다.길은 바닷가의 울퉁불퉁한 바위 위로 이어진다. 그 길 위에 파란색의 철 조형물인 ‘간세’가 있다. 간세는 올레길에서 갈림길의 길잡이가 그 역할이다. 

원래 간세는 제주올레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란다.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인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갈림길에서 길을 안내한다. 시작점에서 종점을 향해 정방향으로 걷는 경우, 간세 머리가 향하는 쪽이 길의 진행 방향이다. 
하필이면 이 척박한 바위틈에다 뿌릴 내려 꽃을 피운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화산섬의 흔적이 가득한 섬과 바다의 경계에는 검디검은 바위들이 섬의 속살인 양 아득하다. 검은 몸 위로 피어나는 노란 꽃들…. 하필이면 이 척박한 바위틈에다 뿌릴 내린 그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휑뎅그렁한 검은 풍경에, 나름 포인트로서의 노란 채색은 꽤나 잘 어울린다. 봄은 산이건 들이건 바다건 어디든 와야 하고, 그 봄은 꽃으로 피어나야 제격인 것이다.
제주에서는 검은 돌을 한번쯤은 밟아봐야 하는 것이다.올레의 리본은 바닷가를 걸으라 한다. 간간이 노랗게 채색된 검은 돌을 딛고 나아가라 한다. 길을 만든 이는 제주에서는 검은 돌을 한 번쯤은 밟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나름의 주장을 길에 담았나 보다. 누군지 모를 그가 길이라면 길인 것이다. 그 깊은 뜻을 어찌 알 것인가.^^ 그러니 군말 말아야 한다. 
길이 험하면 눈은 발밑에서 벗어나질 못하더라.문득 코엘료의 소설 <11분>에서, 어두운 밤에 주인공인 창녀가 바닷가의 돌길을 걷는 고행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를 갖고, 나아가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을 떠올린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몇 걸음에서 나 역시 성찰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나의 경우는, 길이 험하면 눈은 발밑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마음 역시 부유하듯 깊어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저 멀리 온평포구의 등대가 보인다.길은 종점을 향해 나아간다. 저 멀리 등대가 보이는 저 곳이 온평리 포구다. 2코스의 마지막이자, 3코스의 시작인 지점이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더니, 세상의 그 어떤 일이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끝은 시작의 다른 말일 뿐이고, 끝났고 생각할 때, 그 지점이 또 다른 시작인 것이다. 그러니 삶에 있어서도 일희일비 말아야 할 것이다. 길은 소멸의 그 날까지, 또 길 위에 있기 때문이다.
길 위에는 탐색과 모험이 주는 기쁨이 있다.코엘료의 말을 한번만 더 빌리면,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 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다….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다." 꼭 기적이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이나 행복 같은 것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무엇일 것이다.

삶의 진실은 길 위에 있단다. 그 길 위에는 탐색과 모험이 주는 기쁨이 있다니, 틈이 나면 어느 길이든 소소하게 걸어볼 일이다. 내 말이 아니고 옛 선인(先人)들의 말씀이다.
'도대(燈臺)'는 옛날의 등대를 말한다.'도대'가 보인다. 모양은 경주의 첨성대와 흡사하다.

'도대(燈臺)'는 옛날의 등대를 말한다. '도'는 입구를 뜻하는 제주도 말이고, '대'는 한자 그대로 받침대로서 돌로 쌓은 시설물을 말한다고 한다.

용암이 흘러들어 만들어진 제주도의 해안은 그야말로 암초의 바다, 그 자체다. 그러니 예로부터 뱃길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제주도의 해안은 상어 아가리처럼 위험하기 그지없는 수렁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 옛날 뱃사람들의 아녀자들은 해가 지면 횃불을 들고 바다로 나간 지아비나 아들을 기다렸는데, 이를 '갯불'이라고 한단다.

이 '갯불'에 담긴 마음이 100여 년 전에 민간등대인 '도대'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1960년대까진 이 도대가 제주도 뱃사람들의 길잡이였다고 한다.
길은 뻗어 있고, 또 어디로 가나?이곳 온평리 포구에서 2코스의 여정이 끝이 났다. 내쳐 걸으면 3코스다. 기왕 가는 길이니 그냥 쭉~ 가고픈 맘이다. 어떻게 하나?

그래! 가보자~ 아직은 쓸 만한 두 다리가 있는 한 어디를 못 갈 것인가.
길이 있다면,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 올레 2코스 가는 길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 제주시외버스터미널 710번(시외) 약 1시간 10분 소요

<서귀포에서>
-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 701번(동회선 일주) 성산경유 약 1시간 45분 소요

<콜택시 전화번호>
- 성산 호출 개인택시 : 064-784-3030
- 성산 콜택시 : 064-784-8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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