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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가, 마크롱 당선에 환호·관망…반응 엇갈려

프랑스 대선에서 '친(親)유럽'을 앞세운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승리하자 이탈리아 정계는 각 당의 철학과 처한 환경에 따라 환호와 관망, 실망 등으로 반응이 엇갈렸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를 둘러싼 패권 논란 끝에 분열된 중도 좌파 진영은 마크롱 당선에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8일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지난 주 집권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며 차기 정권 재창출의 발판을 마련한 렌치 전 총리는 마크롱의 승리가 확정된 뒤 트위터에 "마크롱은 프랑스와 유럽의 희망을 위한 특별한 페이지를 썼다. 전진!"이라는 글을 올렸다.

렌치 전 총리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마크롱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결선 투표에 올랐을 당시 그에게 축하를 보내며 자신과 마크롱은 포퓰리즘 세력과 싸우고, 유럽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 역시 "마크롱 만세! 그의 당선은 유럽에 희망을 가져왔다"는 트윗을 남겼다.

렌치 전 총리에 반발해 민주당에서 탈당, 새로운 정당 민주혁신당을 주도적으로 창당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민주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기쁜 소식"이라며 마크롱의 당선을 반겼다.

2013년 렌치 전 총리에 의해 총리직에서 쫓겨나다시피 물러난 뒤 정치권에 거리를 두며 파리정치대학에서 객원 교수를 맡고 있는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마크롱 지지자들이 운집한 파리 루브르 광장에서 기쁨을 나눴다.

그는 트위터에 루브르 광장에서 마크롱 지지자 틈에 섞인 채 찍은 셀카를 트위터에 올리고 "유럽이 승리했다. 루브르 광장에서 마크롱 지지자들의 환희를 함께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를 이끌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마크롱의 승리를 환영하면서도 유럽이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대선에서 유럽이 변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마크롱이 당선됐다며 "유럽의 창시자격인 내가 속한 세대에게 유럽이 '문명의 불빛'이었다면 오늘날 유럽은 관료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경멸하는 사람도 존재하며 일부는 유럽과 유로화를 떠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은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은 마크롱의 당선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오성운동의 창시자인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마크롱이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공화당과 사회당이라는 양대 기성 정당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마크롱은 유로화의 노예들로 이뤄진 은행에서 파생된 또다른 정부를 이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유대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한 마크롱의 경력을 문제 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릴로 대표는 이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마크롱과 프랑스인들: 이들은 진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프랑스 대선의 진정한 뉴스는 유권자 3분의 1이 극우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와 비교할 때 프랑스에서 유로화, 세계화, 은행이 재난을 일으키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34%라는 (르펜 지지)비율의 무게감은 상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와 유로화에 반대하는 그는 "반(反) 세계화라는 (대중이)용인하기 어려운 극우에 의해서 옹호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르펜을 일관되게 지지해온 극우정당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선전한 르펜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기성정치에 맞서)싸우는 사람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 법"이라는 말로 애써 자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탈리아 정치분석가들은 마크롱의 프랑스 대선 압승으로 르펜처럼 유럽연합(EU) 탈퇴와 반(反)난민을 주장해온 살비니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마 루이스 대학의 지오반니 오르시나 교수는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대선으로 극단주의적 목소리를 내온 살비니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반면, 좀 더 온건한 방향으로의 우파 재건을 추진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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