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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못 잡는 주방 환풍기…아파트 설계구조 때문

<앵커>

폐암에 걸린 여성 10명 가운데 9명은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 없습니다. 그런데 왜 암이 생겼을까요? 세계보건기구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먼지를 여성 폐암의 주범으로 꼽고 있습니다. 집마다 주방 환풍기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연속기획 '공기는 생명이다' 장세만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전 새 주방 환풍기를 설치한 가정집입니다. 환풍기를 끈 채 삼겹살을 구웠더니 집안 가득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퍼집니다.

초미세먼지 농도를 재자 1700㎍까지 올라갑니다. 환경기준치의 34배나 됩니다.

이번엔 주방 환풍기를 틀어봤습니다. 주방 환풍기를 틀고 삼겹살을 구운 다음 이 집 거실에서 잰 초미세먼지 농도가 1500㎍이 넘습니다.

이 집의 경우 사실상 환풍기가 있으나 마나인 셈입니다.

[강성미/주부 : 저녁에 생선을 구워서 먹었는데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침까지 생선 냄새가 집안에 온통 가득 차서….]

정비기사를 불러 내부를 열어봤습니다. 연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곧게 펴져 있어야 할 배기 연통이 좁은 찬장 속에 구겨져 있습니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형편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신우/환풍기 정비 : 풍량을 충분하게 빨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돼 있는 상태입니다.]

제대로 설치한 환풍기도 미세먼지 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구이요리를 할 때 틀어놔도 최대 250㎍의 초미세먼지가 주방에 남아 있는 거로 조사됐습니다. 여전히 허용치의 다섯 배나 됩니다.

환풍기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아파트 설계 구조 때문입니다.

나쁜 공기를 바깥으로 빼려면 동시에 외부 공기가 실내로 들어와야 하는데, 냉난방 에너지 절약을 위해 꼭꼭 밀폐된 구조로 집을 짓다 보니 공기 순환이 어려운 겁니다.

[이윤규/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아파트 30여 세대를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렌지 후드(주방환풍기) 비율이 절반 정도가 아니겠느냐….]

2009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공기 환기 설비가 의무화됐지만, 전기료 아끼려고 꺼놓은 아파트가 많아서 실제 작동 여부를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편집 : 황지영,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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