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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트럼프 부탁받고 시진핑과 통화…북한 논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주가가 뛰고 있습니다.

올해 동남아국가연합 의장이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해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어제 열린 한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전화통화를 한 경위를 공개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지 나흘만인 지난 3일 시 주석과 통화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가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전화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해 "아세안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조차 시 주석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며 실제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큰 기여는 시 주석의 개입"이라고 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시 주석과 북한 지도자의 대화를 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의장으로서 중국에 밀착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앞세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두 정상간 통화에 대해 "시 주석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국관계, 남중국해 문제,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겅 대변인은 누가 먼저 전화통화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누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화통화의 내용"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전화통화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답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주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그 남자를 막는 것은 중국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세안 정상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화력으로는 김정은을 겁줄 수 없다"며 중국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내게 전화를 안 했다"며 전화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초청에 대해서 "러시아도 가야 하고 이스라엘도 가야 한다"며 확답을 피하는 등 몸값을 높이고 있습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미·중 정상의 잇따른 통화와 관련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역내 평화 유지에 주요 역할을 하는 정치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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