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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두려움 이겨낸 송승준, 다시 시작한 발걸음

[취재파일] 두려움 이겨낸 송승준, 다시 시작한 발걸음
“솔직히 조금 겁이 났습니다.”

롯데 베테랑 투수 송승준은 지난해 10월26일 오른 팔꿈치에 돌아다니는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뼛조각에 의한 팔꿈치 통증은 투수에게 ‘직업병’으로 통합니다. 투구 과정에서 팔꿈치 관절이 마모되고, 손상돼 뼛조각이 돌아다니는 증상입니다. 뼛조각이 인대 또는 신경을 건들이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뼛조각을 지닌 상태에서 공을 던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송승준의 뼛조각은 통증을 유발했고, 수술을 필요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에 칼을 대는 순간, 송승준은 “솔직히 조금 겁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송승준은 ‘금강불괴’라는 별명으로 유명합니다. 타고난 몸이 워낙 튼튼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튼튼한 몸은 ‘이닝이터’로 활약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데뷔 첫 해인 2007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9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009년에는 3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9년의 활약을 바탕으로 송승준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40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FA 첫 해 성적표는 초라했습니다. 10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8.71에 그쳤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 소화에 실패했습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는데, 특히 팔꿈치 통증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지만, 송승준은 수술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20년 넘게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진통제를 맞으며 통증을 참고 던졌지만, 팔꿈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부진에 허덕이자 조원우 롯데 감독은 그를 2군으로 보냈고, 송승준은 결국 지난해 7월 29일을 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더 늦으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에 송승준은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난 뒤 그는 자신의 뼛조각을 보면서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제거한 뼛조각을 직접 보니 조금 허탈했다. 정말 작더라. ‘이 작은 게 뭐라고 날 그렇게 힘들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꿈치 통증 완전히 사라지면서 ‘수술을 진작 받을 걸’ 이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나 수술을 결심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몸에 칼을 댄다는 건 생각지도 않았던 만큼 고민이 됐다.”

통증의 원인을 제거한 송승준은 구슬땀을 흘리며 재활에 매진했습니다. ‘이제는 끝났다’는 소리는 그를 더욱 이 악 물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부진으로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를 위한 선발 자리는 없었고, 불펜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습니다. 불펜에서 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1군에서 뛰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아프지 않고 올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백의 종군’하던 송승준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신예 김원중을 대신해 선발 임무를 받았습니다. 과거 같으면 의욕을 보였겠지만, 그는 초연했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최소 실점으로 최대한 긴 이닝을 버티겠다”고 했습니다.

4월 25일 부산 사직구장. 한화와 홈 경기에서 선발 마운드에 오른 송승준은 1회부터 148km의 직구를 뿌렸습니다.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인 그는 5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안타 3개를 허용했을 뿐 볼넷은 하나도 없었고, 직구와 주무기 포크볼을 앞세워 한화 타선을 제압했습니다. 경기가 롯데의 4대 2 승리로 끝나면서 송승준은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지난해 4월 9일 삼성전 승리 후 381일 만에 따낸 선발승이었습니다.

부활을 알린 송승준은 선발 기회를 한 차례 더 잡았습니다. 지난 2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첫 선발 등판 때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던졌습니다. 140km 중후반대의 직구와 날카로운 포크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8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고, 삼진은 무려 11개를 뽑아냈습니다. 적장 김진욱 감독은 “송승준의 포크볼에 알고도 당했다. 구위가 정말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송승준의 호투에 조원우 감독은 그를 선발로 계속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조 감독은 “저렇게 잘 던지는데 어떻게 뺄 수 있겠는가”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호투는 송승준에 대한 평가를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겸손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수비들이 중요한 순간에 병살타를 잡아서 어깨가 가벼웠다. 지난 경기에 이어 포수 강민호가 볼배합을 역으로 잘해줬다. 상황에 따른 패턴 변화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자신의 구위를 평가해 달라고 하자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시즌 끝나고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올 시즌 2승을 수확한 송승준은 통산 95승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1승을 더 얻으면, 자신의 우상이자 존경하는 레전드 故 최동원이 롯데에서 거둔 승수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8승을 더 보태 올 시즌 10승을 달성하면, 손민한의 롯데 시절 승수 103승과 타이가 됩니다. 부활에 성공한 송승준이 올 시즌을 마치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궁금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역시 롯데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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