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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이란의 선택 ②

[월드리포트] 이란의 선택 ②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7.04.29 11: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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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리포트] 이란의 선택 ①

● 경제대통령이 필요한 이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제 살리기입니다. 핵 합의로 유럽의 제재로 풀리고 원유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확 달라질 줄 알았는데 이란의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이란폴이 시행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업률 12%, 특히 청년실업률이 30%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살림살이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옵니다. 응답자의 70%가 핵합의와 경제제재 해제가 이란의 경제성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고, 86%는 로하니 대통령 재임 전과 비교해 지금 경제가 나빠지거나 그대로라고 답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전 40%에 달하던 인플레이션을 10%대로 낮춘 점, 경제성장률도 6%대에서 7%대로 소폭이지만 끌어올린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지난 3년여간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과시합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완성하기 위해선 자신이 한 번도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100달러가 3,400,000만 리얄이다
다른 후보자들도 이런 일자리 창출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칼리바프는 대통령이 되면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구직자에겐 매달 7만 5천원의 실업수당을 주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지난달 이란의 공식 실업자가 320만 명인데 칼리바프의 말대로라면 일자리가 남아도는 상황이 연출되겠죠. 그래서, 지키지도 못할 공약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보수파 후보인 라이시도 실업률을 12%대에서 8%로 3분의 1을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사실 이란 경제의 상당부분을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이란혁명수비대의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좌지우지 하고 금융시스템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 최고지도자가 밀어주기에 따라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 ‘이란 대선’의 숨은 의미

럭비공 같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이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입니다. 트럼프가 핵 합의는 나쁜 합의라고 입버릇처럼 달고 살면서 핵합의의 주역 로하니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란의 어떤 후보도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란에 가장 시급한 게 경제난 탈출이고 그러기 위해선 핵 합의 이행은 필수적인 걸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성질을 긁는다고 함께 주먹질을 날릴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그것보다 이번 대선이 차기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78살의 고령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란 헌법상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의 사망 시 88인의 국가지도위원회가 후임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때까지 사법부 수장, 헌법수호위원회 대표자와 함께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대행하게 됩니다. 얼마 안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대통령이 1인자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간은 길어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로하니나 라이시의 경우 이미 국가지도위원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최고지도자 선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최고지도자에 오를 수도 있거나 자신과 결이 같은 최고지도자를 임명해 국영운영과 정책 결정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신정일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 대선에 따른 패권 경쟁은?

이번 대선을 개혁과 보수, 온건과 강경. 이런 양자대결 구도로 보는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표현자체가 이란을 적대적.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슬람주의 = 보수’라는 개념 자체가 기독교적인 시각이라는 거죠. 이런 틀을 벗고 대선 결과에 따라 이란의 주도권이 어떤 권력으로 이동할 지가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이란의 미래를 가늠하기 쉽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사에드 골카라는 기고가가 알자리라에 쓴 칼럼을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이란의 권력층을 성직자와 기술관료, 군경으로 나눠볼 수 있는 데 1979년 이슬람 혁명이후 이란의 정치권력은 이들 세 부류의 합종연횡으로 성직자-군경 연합, 성직자-기술관료 연합, 군경-기술관료 연합, 이렇게 세 그룹으로 재편됐다는 겁니다. 혁명과 전쟁으로 이란공화국 초기는 성직자와 군대가 힘을 얻었지만 1990년대는 이란의 경제개발 등으로 기술관료가 힘을 얻고 뭐 이런 식으로 권력을 주고받으며 경쟁을 벌였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대선 후보와 관계를 보면, 성직자 출신으로 핵 합의를 이끈 로하니 대통령은 성직자-기술관료 동맹을 대표하고, 아버지가 고위 성직자였던 라이시는 성직자-군경 동맹, 공군 장교출신인 칼리바프는 군경-기술관료 동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곧 어떤 후보가 승리하냐에 따라 그와 친밀한 조직의 성향에 따라 이란의 국내외 정책방향이 달라질 것이란 겁니다.

로하니가 당선될 경우 온건파 성직자와 경제개발의 한 축이 될 기술관료가 힘을 얻으면서 자연스레 개방과 경제개발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라이시가 권력을 쥐면 강경보수파 성직자와 이란혁명수비대가 힘을 얻으면서 정치적 유연성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칼리바프가 승리할 경우 성직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군경의 파워가 훨씬 커지고 정치 개입이 심해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강경파 성직자-군경 동맹이 힘을 얻게 되면 서방과 대립과 군사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경제개발이 가장 시급한 이란의 미래가 뒤틀릴 지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딱 보니 “칼리바프는 안 돼.” 라고 외치는 소리더군요.
이란 대선 벽보
이란 선거에서도 남녀는 동등합니다. 똑같이 한 표씩 행사합니다. 이란 여성의 정치참여도는 어떤 이슬람 국가에 비해 높습니다. 교육률이 상당히 높은 이란 여성은 이슬람 원리주의로 여성의 자유와 지위를 억누르는 데 심하게 반발합니다. 머리카락을 가리라는 히잡도 사실 살짝 뒷머리만 가리는 패션소품으로 쓰고 있고 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욕구도 큽니다. 사실 이란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서구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그만큼 개방에 대한 요구가 큽니다.

지난해 총선 때도 로하니를 지지하는 정파에 여성의 표가 몰렸습니다. 로하니에겐 유리한 이야깁니다. 때문에 보수 대표인 라이시는 급진적인 보수주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집에 갔을 때 아내가 없어도 괜찮다. 밥이 없어도 상관없다. 진심으로 부인의 일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라며 가부장제를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가 6명으로 압축된 이후 대선후보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누가 앞서고 누가 유력한 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대선 후보들은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이란의 발전, 특히 경제적 번영을 국민에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관례나 통계, 이란사회의 흐름을 볼 때 로하니 대통령이 우세한 가운데 라이시가 추격하는 양상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관측해봅니다. 이란의 개방이 중동정세는 물론 지구촌 경제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한 사람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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