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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이란의 선택 ①

[월드리포트] 이란의 선택 ①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7.04.28 11:18 수정 2017.04.29 11: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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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이 있을 5월 9일에서 열흘이 지난 19일, 중동에선 지구촌의 관심을 모을 선거가 치러집니다. 바로 이란의 대통령 선거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2년 전 역사적인 핵 합의와 이에 따른 경제제재 해제의 성과를 평가하고 중동의 혼란기에서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이 나아갈 길을 가늠할 무대로 평가됩니다. 어떤 지도자가 이란을 책임지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는 크게 요동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란을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미국은 물론 시아파를 적대시하는 수니파 국가들, 그리고 무한한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안고 있는 이란과 교역을 하고 있는 지구촌 각국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 2인자 대통령, 후보만 1600명

이란의 대통령은 1인자가 아닙니다. 이란이 선거로 대통령도 뽑고 의원도 뽑아 민주주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왕과 같은 권력을 손에 쥔 신정일치 국가입니다. 이 왕과 같은 종교지도자를 최고지도자라고 부르는데 이게 또 종신제입니다. 4년 연임제인 대통령은 이란의 2인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란 대선은 프랑스처럼 과반득표 조건이 있습니다. 후보자들 가운데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치릅니다. 결선투표는 5월 26일 예정돼 있습니다. 대통령후보는 이란에 거주하는 이란 국적의 성인이면 모두 다 등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후보 등록을 위해선 3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지만 이란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무려 1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번 대선 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말 각양각색의 후보들이 등장하는데 둘 중 하나가 당선되면 다른 하나는 장관을 시켜주겠다는 쌍둥이 형제, 당선되면 트럼프와 수영대결을 펼치겠다는 공원 경비원 (가족 중심으로 이미 내각 구상도 마쳤다고......), 아편을 합법화하고 경찰과 법무부를 없애겠다는 초현실적 공약을 내건 아저씨, 심지어 결혼기념으로 나란히 대통령후보 등록을 한 신혼부부도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영대결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
후보용지에 1600명의 이름을 다 적으면 도저히 선거가 치러지지 않겠죠. 그래서,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중심이 된 헌법수호위원회라는 기관에서 후보를 걸러냅니다. 이번에는 6명으로 압축했는데 역시 여성후보는 없습니다.

이란은 정당이 없습니다. 정파만 있습니다. 그래서, 후보자의 성향을 보통 개혁파. 중도(온건)파. 보수파로 나눠 표현하고 합니다. 사실 온건보수파, 보수파, 강경보수파가 더 정확하지만 독자의 쉬운 이해를 위해 개혁.중도.보수로 갈라 표현하겠습니다. 이란의 개혁파는 이슬람주의의 사회제도나 신정일치의 정치시스템을 바꾸려는 게 아닙니다. 침체된 이란의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서방과 손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개방’ 지지자들입니다. 강경보수성향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대치점에 있는 정파를 손쉽게 구분하기 위해 개혁파라고 부른다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 개혁 VS 보수, 3대 3 대결

헌법수호위원회는 중도.개혁파 3명과 보수파 3명으로 후보를 압축했습니다. 우리는 공평하다를 보여주는 제스처죠. 중도.개혁파 후보는 현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68세)와 현 수석부통령 에샤크 자한기리(60세), 전 부통령인 모스타파 하셰미 타바(71세)입니다. 보수파 후보는 검사출신 성직자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56세), 테헤란 시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55세), 전 문화종교부장관인 모스타파 아콰 미르살림(71세)입니다.

여러 분석을 보면 재선에 도전하는 로하니와 대선 3수생인 칼리바프, 그리고, 최고지도자가 밀어준다는 샛별 라이시의 3파전으로 압축됩니다. 로하니 VS 라이시의 대결로 압축하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이란 대선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이들 3명의 이력을 설명하겠습니다.
대선후보 6인. 왼쪽부터 로하니, 라이시, 자한기리, 칼리바프, 하셰미 타바, 미르사림
● 핵 합의의 주역 로하니

로하니 대통령은 역사적인 핵 합의와 30년 숙원인 경제제재의 사슬을 푼 인물입니다. 핵 합의 이따른 경제회복을 완성하기 위해선 자신의 재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개방’을 원하는 이란의 젊은층, 특히 높은 교육을 받은 도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란인의 70%가 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로하니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30석이 걸린 테헤란의 의석을 로하니를 지지하는 온건보수파가 매조지한 점이 그의 지지기반을 대변해줍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로하니는 60% 넘는 호감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로하니가 믿는 구석이 또 하나 있습니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모든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는 사실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통계입니다.

로하니를 중도파·온건보수파로 부르지만 그 역시 이슬람 성직자 출신입니다. 이슬람율법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입니다. 호메이니를 도와 이슬람혁명에 일조를 했고 이란 공군 사령관까지 지냈습니다. 2013년 대선 당시 여성의 자유와 지위 향상, 정치 수감자 석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딱히 보여준 게 없습니다.

● 떠오르는 샛별 라이시

라이시는 보수파의 젊은피입니다. 로하니와 띠동갑인 라이시는 로하니의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했습니다. 그 역시 성직자 출신으로 1981년부터 검찰에 몸담아 검찰총장까지 지냈고 이란 변호사협회장도 지낸 엘리트 관료출신입니다. 지난해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지지를 등에 업고 종교자선단체 의장에 임명되면서 강경보수파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습니다. 라이시의 대선 출마 선언을 이란 국영방송에서 생중계를 할 정도로 하메네이의 후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 국영방송 책임자는 하메네이가 지명하거든요. 때문에 보수파 진영에선 라이시를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거론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대선은 라이시에게 차기 최고지도자가 되기 전에 거치는 관문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메네이도 대통령을 거쳤습니다.) 대선에서 이기면 인생에 고속도로가 깔리겠지만 진다면 자칫 최고지도자를 노리는 데 큰 결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라이시는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자선단체가 이란 국내외에서 은행과 공장, 호텔 등을 소유한 덕분에 자금력도 막강합니다. 그 동안 꾸준하게 빈민 지원 사업을 벌이면서 저소득층의 표심을 공략해왔습니다. 로하니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라이시의 최대 약점은 인지도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6명으로 압축되기 전이라 지금 상황은 좀 다르겠지만) 유권자의 46%가 라이시가 누군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의 극단적 보수성향과 무자비한 법집행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검찰 재직시절 간통죄에 투석형을 구형하기도 했고, 1998년엔 재판부위원으로 몇 주 만에 수천 명의 정치범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사형당한 죄수들을 가족조차 찾아오지 못하게 집단매장지에 어떤 표시도 없이 묻어버려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의 경쟁자 라이시 후보

● 군 출신 시장 칼리바프

칼리바프는 테헤란 시장을 3번째 연임하고 있습니다. 지명도만큼은 확실하죠. 지난 대선 때 로하니에 완패를 당한 만큼 이번은 복수전과 다름없습니다. 칼리바프의 경력은 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혁명수비대의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1980년부터 8년간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혁명전사입니다. 2000년부터 5년간 경찰총장을 역임했습니다. 당시 보수파답지 않게 여성에게 경찰 진출을 허용하는 개혁적인 모습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05년부터 테헤란 시장을 맡고 있는데 지하철과 다리, 고속도로 같은 인프라 사업으로 경제난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는 테헤란시에 18억 달러의 빚만 늘려놨습니다. 무리한 공공사업을 벌였지만 제대로 마무리한 게 없다는 평갑니다. 오히려 테헤란시 산하기관에 4,200개 일자리를 늘렸는데 투명하지 못한 채용과정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여담이지만, 선거 운동을 하겠다며 수영장 바닥을 흙이 묻은 구두를 신고 들어가서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 보수파 손을 맞잡을까?
 
판세는 중도온건파 대 보수강경파의 대결입니다. 그런데 1대 2의 대결입니다. 보수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보수파 내에선 후보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3년 대선 때 개혁파와 중도파가 로하니로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면서 정권을 잡았습니다. 로하니는 51%를 득표해 결선투표도 가지 않고 1차 선거로 승부를 마무리했습니다. 보수파의 마음은 로하니가 과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갈 지 안 갈 지에 대한 예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일화가 보수표 결집에 도움이 될 지 아니면 오히려 양보한 후보의 지지표가 중도파인 로하니로 옮겨갈 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단일화가 결정될 겁니다. 자칫 단일후보를 냈다가 1대1 구도로 로하니가 과반을 획득하면 지난 번처럼 결선에도 가지 못한 채 강경보수파가 고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길면 지루해지는 탓에 이번 이란 대선의 핵심 쟁점과 그 의미는 후편으로 나눠 다뤄보겠습니다.

▶ [월드리포트] 이란의 선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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