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협 막겠다고 굿한 말레이 주술사 "모두 연극" 고백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겠다며 굿을 벌였던 말레이시아 유명 주술사가 자신의 주술적 행위는 모두 연극에 불과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더스타 등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주술사의 왕이란 뜻의 '라자 보모'로 자칭해 온 주술사 66살 이브라힘 맛 진이 어제 기자회견을 하고 "모든 게 연극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나는 주술이 깃든 망원경이라며 대나무 막대를 들여다봤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폭탄이라면서 코코넛을 던지기도 했다"면서, "회개하고 이런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브라힘은 지난달 13일,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에 나타나.

내외신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를 북한 위협에서 보호한다며 무속 성격이 강한 주술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김정남 암살 이후 말레이시아와 갈등을 빚던 북한이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들을 전원 억류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었기에 이런 행동은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슬람 모독과 그릇된 종교관 전파 등 혐의로 이브라힘을 기소했고, 말레이시아 이슬람율법 법원은 최근 그에게 보호관찰 6개월을 명령했습니다.

이브라힘은 2014년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운 채 인도양에서 실종됐을 때도 비슷한 의식을 치렀으며,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주술사에 실종기 수색을 의존했다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무속신앙 전통이 뿌리 깊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브라힘이 단순히 유명해질 목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사고마다 모습을 드러내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진=현지방송영상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