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질외교에 질린 말레이 "평양선 국제경기 안 한다"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 AFC 아시안컵 최종예선전 장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 당시 자국민 9명을 무단으로 억류했던 북한에 국가대표 선수단을 파견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선데일리 등 현지 언론은 하미딘 모드 아민 말레이시아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어제(24일) 연례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평양에서 경기를 치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애초 지난달 28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 대표팀과 아시안컵 예선 1차전 원정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되고, 김정남의 시신과 북한인 용의자들 신병 인도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자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제3국으로 경기장소를 옮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그 직후 자국에 체류하던 말레이시아인들의 출국을 전면 금지하는 '인질극'을 벌였고, AFC는 북한과 말레이시아 경기 일정을 오는 6월 8일로 연기했습니다.

양측 갈등은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김정남 시신과 북한인 용의자들의 신병을 넘기는 형태로 봉합됐지만, 말레이시아 내부에선 북한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하미딘 사무국장은 "북한축구연맹은 경기를 북한에서 치르길 원한다는 서한을 AFC에 보내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에서 경기를 치르길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위해 같은 B조에 편성된 북한, 홍콩, 레바논과 2장의 티켓을 놓고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