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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문호 좁아지는 호주…"오지 말라는 말이냐" 불만도

457비자 폐지 호주 안팎 파장…한국인 취업이민도 타격

호주 정부가 이민의 문호를 나날이 좁혀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이민장벽이 차츰 세워지더니 최근 "내국인 우선"이라는 움직임과 함께 그 벽은 더욱 높아지면서 공고해져 왔다.

결국, 한국인들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그동안 호주 정착의 기회로 삼았던 임시 취업비자(457비자)를 18일 20여 년 만에 전격적으로 폐지하면서 호주 정부는 이민 규제에 새 장을 열었다.

비록 만료기한이 종전 4년에서 각각 2년과 4년인 두 종류의 비자로 대체한다고는 하나 일반적인 이민 수단으로 활용되던 취업이민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번 조치로 해당 비자 신청자들은 더 높은 영어 기준과 실무 경력을 갖춰야 한다.

또 비자 신청자에 대한 범죄 조회가 의무화되며, 고용주들은 외국인을 찾기에 앞서 내국인 구인 작업을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동안 457비자를 신청할 수 있던 직업군은 651개였으나 이번 개편으로 216개 직업군이 제외됐다.

특히 호주 정부가 내국인 비숙련자들의 교육 비용에 쓰겠다며 외국인을 쓰려는 기업들에 별도로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호주 정부는 이미 값비싼 비자 발급수수료로 소위 '비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이번에 비자 발급수수료를 다시 대폭 올리기로 했다.

현재 457비자 발급수수료는 1천60 호주달러(91만원)지만 앞으로 2년짜리 비자에는 1천150 호주달러(99만원)가, 4년짜리 비자에는 배 이상인 2천400 호주달러(207만원)가 각각 부과된다.

이래저래 외국인 고용에는 이전보다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 결정에 대해 그동안 외국인 숙련 인력을 많이 써오던 IT업계를 비롯해 호텔과 식당 등 서비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국적 항공사 콴타스를 능가하는 IT업체 아틀라시안(Atlassian)의 마이크 캐넌 브룩스 공동창업자는 "457비자는 호주에 필수적"이라며 이번 결정이 "나라를 위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19일 전했다.

주요 요식업단체 대표로 3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마크 스캔랜도 "호텔과 식당 같은 서비스업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일하려는 호주인을 찾지 못해 457비자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호주 내 457비자 소지자는 9만5천757명으로, 인도 (20.2%, 영국(18.6%), 중국(7.1%) 순이며, 한국(2.5%·2천354명)은 9번째로 많다.

또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 일반의 등 의료직, 요리사 등의 순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인도 정부는 이번 발표 후 양국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호주에 정착하려던 한국인들도 놀라움과 함께 불안감을 표시했다.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한 투자이민 등 다른 이민 수단이 막혀 있던 만큼 457비자는 영주권 획득으로 이어지면서 호주 정착에 중요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한국인은 호주가 다문화 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이민을 규제한다며 "이민을 오지 말라는 말이냐"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457비자를 둘러싼 사기 등의 문제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드니의 이민전문 변호사인 김진한 씨는 "1996년부터 시행해온 457비자를 폐지한 것은 놀라운 조치"라며 "요리사, 카페와 레스토랑 매니저를 이용해온 작은 사업체들이 이민부의 깐깐해진 검사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호주 당국이 호주에 꼭 필요한 사람인지를 꼼꼼히 따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로운 취업비자를 얻으려면 잘못된 정보를 피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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