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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항생제 후보물질 찾았다…왕도마뱀 침에서 '힌트'

기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없앨 수 있는 항생제 후보 물질이 개발됐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섬에 사는 '코모도 왕도마뱀'의 혈액 속 물질을 변형한 것입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진은 이런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해 'DRGN-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코모도 왕도마뱀은 입속에 세균이 가득한 침을 갖고 살아가는데, 적을 물 때 침 속에 있는 세균이 적의 몸 안으로 들어가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도마뱀은 자신의 입속 세균에 감염되지 않는데, 혈액 속에 강력한 항균 펩타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이 여러 개 연결된 물질입니다.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항생제 후보는 'VK25'라는 도마뱀 항균 펩타이드에서 아미노산 2개만 변경한 것입니다.

이 물질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녹농균과 황색포도알균을 사멸하는 효과가 VK25보다 2배 이상 높으며, 이들 세균이 만드는 바이오필름도 효과적으로 없애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이오필름은 세균이 분비하는 막 성분과 세균을 통칭하는 것인데, 세균을 더 잘 자라게 돕고 항균제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진은 새 합성 물질이 세균의 유전자에 붙어,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단백질의 합성을 막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 1저자인 정명철 박사는 "실험에 쓴 녹농균과 황색포도알균은 바이오필름을 형성하는 슈퍼박테리아로 분류된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새 합성물질은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박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조지메이슨대 연구원을 거쳐 현재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인 에스티큐브 미국 메릴랜드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그룹이 발간하는 학술지 '바이오필름&마이크로바이옴'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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