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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빙판의 메시' 정승환 "아이스하키는 내 인생의 전환점"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간판스타 정승환 인터뷰

[취재파일] '빙판의 메시' 정승환 "아이스하키는 내 인생의 전환점"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가 있습니다. '빙판의 메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승환 선수입니다. 정승환은 현재 강릉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장애인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서 그 별명에 걸맞게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정승환은 지난 12일 독일과 1차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2대 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수비 진영에서 퍽을 가로챈 다음 질풍 같은 드리블로 상대 선수 2명을 차례로 제친 뒤 빈 공간을 찌르는 날카로운 패스로 이종경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1대 1로 맞선 경기 종료 3분 여전 강력한 슈팅으로 결승 골까지 넣으며 경기 MVP에 뽑혔습니다.

그리고 14일 강호 노르웨이와 2차전에서도 경기 시작 40초 만에 선제골을 뽑으며 대회 2호 골을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슈팅이 노르웨이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흘러나온 공을 잽싸게 가로채서 각도가 거의 없는 지점에서 절묘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습니다. 정승환의 선제골과 3피리어드 막판 장동신의 결승골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노르웨이를 2대 1로 누르고 2연승을 거뒀습니다. 정승환은 두 경기에서 모두 상대 선수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고, 세계 정상급 선수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독일 전에서는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기선 제압을 위해 독일 선수 두 명이 강한 보디체킹을 가해 두 차례나 빙판 위에 쓰러졌는데도, 정승환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중계한 외국인 해설자도 정승환에 대해 "놀라운 스피드와 개인기로 월드 클래스임을 증명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광석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도 정승환에 대해 "스피드와 슈팅 능력이 뛰어나고 하키에 대한 센스와 이해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딩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했습니다.
정승환
정승환
키 167cm, 몸무게 53kg의 작은 체구인 정승환은 재빠른 움직임과 빼어난 기술을 갖춰 '빙판의 메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작은 체구와 플레이 스타일까지 축구 스타 메시를 빼닳았다고해서 붙여준 별명입니다. 정승환은 실제로 국제 무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이것이 허황된 별명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2009년, 2012년,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3차례나 '최우수 공격수'로 뽑혔고, 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 때는 국제 패럴림픽위원회(IPC)가 선정한 '주목할 스타 20인'에 선정됐습니다. IPC는 또 정승환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격수'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986년 전남 신안군 도초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난 정승환은 5살 때 집 앞 상수도관 공사현장 파이프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습니다. 어린 시절에서는 섬에서 살아 스포츠를 접하지 않다가 대학에 입학한 뒤 2005년 아이스하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하다가 대학 졸업 후 국내 유일의 실업팀인 강원도청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년도 채 안 돼 세계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 썰매 위에서 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하반신 장애인들이 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날이 달린 썰매 위에 앉아서 경기합니다. 그래서 '아이스 슬레지하키(ice sledge hockey)'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선수들은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하는데 스틱의 한쪽 끝에는 얼음을 지치기 위한 픽(pick)이, 다른 한쪽 끝에는 퍽을 칠 수 있는 블레이드(blade)가 달려 있습니다. 퍽을 다루지 않을 때는 두 개의 스틱을 이용해 얼음을 지쳐 나가고, 퍽을 다룰 때는 스틱 한 개로 얼음을 지치고 다른 스틱으로 퍽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선수들은 수시로 스틱의 위아래 위치를 바꿔가며 얼음을 지치다 곧바로 패스 또는 슈팅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만큼 빠른 손놀림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는 동계 패럴림픽에 두 차례 출전했습니다. 첫 출전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6위,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7위를 차지했습니다. 2012년 세계선수권 (A-pool, 최상위대회)에서는 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잠시 B-pool로 강등됐지만 2015년 B-pool 세계선수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승격해, 이번 강릉 세계선수권(A-pool)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내년 평창 패럴림픽에서는 사상 첫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정승환 선수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빙판 위에서 펄펄 나는 정승환은, 빙판 밖에서는 수줍음 많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저의 질문에 막힘없이 또박또박 그리고 단답형으로 답변 했습니다.
정승환
Q) 이번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목표는 뭔가요?
- 이번 강릉 세계선수권 목표는 당연히 메달권 안에 진입하는 것이고요, 더 나아가서 내년 평창 패럴림픽 때는 금메달이 목표입니다.

Q) 평창 패럴림픽이 자신의 3번째 올림픽이 될 텐데 자신 있나요?
-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저의 평생 꿈이자 목표였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성적 거두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만큼 마음도 편안하고요. 이번에는 꼭 좋은 성적 거둘 것 같습니다.

Q) '빙판의 메시'라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 사실 제가 체구가 작다 보니까 이게 약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더 스피드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다보니까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습니다.

Q) 아이스하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 제가 고향이 섬이었거든요.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장애인 스포츠를 접해본 적이 없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접한게 이 장애인 아이스하키였는데 그 때 좋은 계기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같이 학교를 다녔던 장종호 선수와 이종경 선수(두 선수도 현재 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있음)가 그 때 권유해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Q) 세계적인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제가 다섯살 때 사고로 운동이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운동 신경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빙판에서만큼은 마음껏 뛸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지금까지 국가대표 선수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주변에서 기대도 많이 하고 내년 평창 패럴림픽도 있어 부담도 되기는 하는데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하키이기 때문에 항상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Q)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고 나서 인생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제가 장애를 입은 뒤 숨기기에 급급하고 제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었어요.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고부터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제 장애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게 됐어요. 제 스스로에 대해서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하키는 제 인생의 변환점인 것 같아요. 저를 더 밝고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성장시켜주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Q) 아이스하키 선수로 성장하는데 주변의 도움도 컸나요?
-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께서 많이 믿어주시고 많이 지원해주셨어요. 지금은 어머니께서 제가 운동하는 것에 대해 다칠까봐 많이 걱정도 하시지만 많이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Q) 아이스하키가 워낙 거친 종목이어서 부상에 대한 걱정도 있겠어요. 
- 거친 종목이기는 한데 이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이에요 사실. 겁나거나 두렵지는 않은데 항상 조심은 하고 있습니다.

Q)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각오?
-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아무래도 저희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까 관심이 적은 것 같은데 저희 장애인 선수들이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저희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이 10년전까지만 해도 B-pool에서도 꼴등이었어요. 그런데 강원도청에서 실업팀을 처음 창단해주고 그 때부터 성적이 향상되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데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꼭 반드시 금메달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은 이번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어제(15일) 세계랭킹 2위인 우승 후보 캐나다에 2대 0으로 져 현재 2승 1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스웨덴(17일), 이탈리아(18일), 미국(19일)과 차례로 경기를 치릅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랭킹 1위 미국, 2위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 7개 팀이 참가해 각 팀이 풀리그로 6경기씩을 한 뒤 순위 결정전을 치릅니다. 우리나라는 개최국 자격으로 내년 평창 패럴림픽에 자동 출전권을 갖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5위 안에 들어 자력으로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더 나아가 메달까지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초반 3경기에서 2승 1패로 순항하고 있어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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