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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술탄 국민투표' 16일 실시…유럽 안보에 불똥 튀나

중동 IS 격퇴전·EU 난민협정 등 국제 정세 지각변동 우려

14일(현지시간) 터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국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국제 정세 지각변동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신들과 터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민투표의 핵심은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것이다.

개헌이 확정되면 대통령이 각료 임명권과 예산 편성권, 고위 법관 과반을 임명할 권한을 갖게 된다.

대통령령으로 법률 공포를 할 수 있으며,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과 의회 해산권도 손에 쥔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셈이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1회 중임할 수 있게 해 이론적으로는 2019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개헌 뒤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반대 세력이 이번 국민투표를 '에르도안 술탄 만들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술탄은 과거 이슬람 제국 시절 최고 통치자를 뜻한다.

개헌의 영향력은 터키 국내 정치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 전역과 중동 등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서 두 곳뿐인 무슬림 국가 중 하나인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관여하고 있으며,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우선 IS 격퇴전에서 터키는 '국제동맹군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웃 국가의 혼란을 교묘히 이용해 지역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수백 년간 오스만제국의 영토였던 모술 수복을 앞세워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으며, 이라크 정부의 철군 요구에도 독자 행동을 강행하는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 송환 협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EU와 터키는 지난해 3월 그리스에 도착한 불법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 EU의 터키 경제 지원을 늘리고 터키 국민의 EU 무비자 여행 보장, 터키의 EU 가입 협상 신속 진행 등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이틀 뒤 발효돼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유입되는 중동 출신 난민 수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터키는 개헌을 계기로 EU 가입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특히, 개헌안에는 터키가 2004년 폐지한 사형제를 부활하는 안이 포함됐는데 EU는 사형제도를 금지한다.

따라서 오는 15일 개헌안이 통과되면 터키의 EU 가입은 물 건너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사형제 부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터키의 거침없는 행보에 서방은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가 이란의 '수니파 버전'으로 변화하는 것은 중동과 터키의 나토 동맥국에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년간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이슬람 리더를 자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개헌 드라이브는 서방의 많은 국가가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양립 불가하다는 '불행한 결론'을 내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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