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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충동 일으킨다는 '군발두통'…"첫 진단까지 8년 방치"

두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질환입니다.

여자의 66%, 남자의 57%가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두통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두통은 원인을 찾기 힘들면 일차성 두통으로, 뇌종양과 뇌혈관질환 등의 원인이 명확하면 이차성 두통으로 나뉩니다.

또 일차성 두통은 편두통, 긴장성 두통, 군발두통 등으로 분류합니다.

이 중에서도 조금 생소한 군발두통(cluster headache)은 극심한 두통이 집단으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쪽 눈 주위와 이마 옆쪽 등의 부위에 참기 어려운 통증이 최대 3시간 이상 지속하기도 하며 결막충혈, 눈물, 코막힘, 콧물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 군발두통 환자들은 이처럼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 후에도 장기간 방치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연합뉴스가 소개했습니다.

조수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국내 군발두통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군발두통을 처음 겪은 나이는 평균 30.7세였지만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때는 8년 가까이 지나 증상이 더욱 심해진 38.1세로 파악됐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일부 군발두통 환자가 호소한 증상을 '자살두통'에 비유했습니다.

예컨대 군발두통으로 생기는 통증이 자살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심하다는 얘기입니다.

조수진 교수는 "문헌상으로 보면 군발두통 환자의 얼굴이 마치 사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언급이 있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다"면서 "군발두통은 직장생활의 장애, 우울 등 정서적 불편을 동반할 수 있지만, 편두통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로 드문 데다 통증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아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군발두통 환자 중에는 남성이 여성의 7배 수준으로 많았습니다.

연령대별 성비(남:여)를 보면 10대 2.9:1, 20대 11.7:1, 30대 8.5:1, 40대 8.3:1, 50대 3:1 등으로 20∼40대 젊은층 남성에서 빈발했습니다.

반면 여성은 연령대와 관계없이 비율이 일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젊은 남성 가운데 군발두통 환자가 많은 이유로 호르몬 영향이나 생활습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조 교수는 "활동적이며, 남성적인 생활 자체가 군발두통의 위험인자가 아닌가 의심된다"면서 "특히 젊은 남성들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흡연, 음주가 군발두통의 유발요인인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 남성환자의 50.8%, 여성환자의 22.7%가 흡연을 하고 있거나 흡연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 군발두통은 낮보다는 밤에, 사계절 중에는 봄에 더 잘 발생하는 특징이 관찰됐습니다.

봄에 군발두통이 잦은 것은 겨울철 활동량과 일조량 부족, 환절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조 교수는 "군발두통을 방치하면 정신과적인 문제도 자주 발생하는 만큼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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