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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통' 수준 미세먼지에서도 야외수업 자제 가능

[취재파일] '보통' 수준 미세먼지에서도 야외수업 자제 가능
● <학교 미세먼지 종합 대책> 실효성 낮은 고육지책

올해 들어 미세먼지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죠. 1~3월까지 석 달 간 미세먼지 예보가 '좋음'을 기록한 날이 엿새에 불과했을 정도였습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선 국내 발생원 뿐 아니라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까지 다방면에 걸친 여러 층위 대책이 필요합니다만 이 모든 게 하루 아침에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이 중에서도 우선 시급한 건 미세먼지 민감군, 즉 어린 아이들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대책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4월 10일 '학교 미세먼지에 대한 종합 관리대책'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였습니다. 먼저 교육청은 서울시 유치원생, 초등학생 54만명에 대해 보건용 마스크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기정화장치를 보급하기 위한 연구 용역 추진, 정부 현행 권고안보다 강화된 미세먼지 대응 메뉴얼 마련 등이 골자입니다.
 
먼저 마스크 지급부터 얘기해보죠. 저는 교육청에서 마스크를 지급한다고 하길래 매번 일정수준 이상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준다는 얘기인 줄 알고, 학부모들의 걱정을 꽤 덜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왠걸요, 알고보니 매번 마스크를 나눠주겠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마스크 사용 실습 교육 차원에서 한 차례 지급해 사용 방법 등을 가르친다는 겁니다. 1회성 지급인 거죠. 이유는 역시 돈 문제입니다. 서울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합치면 모두 54만 명쯤 되는데 이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모두 나눠주려면 3억 원 가량 비용이 듭니다. 알다시피 미세먼지 마스크라는 게 1회용이다 보니 빨아서 다시 쓸 수도 없으니 매번 나눠줄 재정 형편이 안된다는 겁니다.
 
공기정화장치는 어떨까요? 사실 교육부와 환경부는 2011년 학교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문제를 검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가정용 공기청정기로는 교실 1칸 전체를 커버하기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어 포기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포기 이유는 공기청정기라는 게 밀폐된 공간에서 써야 효과가 있는데, 일선 교실을 밀폐할 경우 탁해진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등 오히려 환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공기정화장치는 탁해진 공기를 빼내고 맑은 공기를 집어넣을 뿐 아니라 실내 공간의 오염물질을 없애주는 정화설비를 말합니다. 학교건물 내외부에 대한 공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공기청정기 가격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됩니다. 이렇다보니 서울시교육청은 구체적 공사 액수나 적용 대상 등을 밝히지 못한 채 연구 용역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고육지책을 내놓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미세먼지 발생시 야외수업 중지 기준을 강화하고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고농도 미세먼지 수준인 '나쁨' (PM10 81마이크로그램 이상, PM2.5 51마이크로그램 이상)이상이라야 야외수업 야외활동 자제 또는 금지를 실시할 수 있도록 돼 있었습니다. 이같은 규정을 미세먼지 '보통' 수준에서도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세먼지 기준은 우리보다 2배 정도 엄격한데, 이 세계보건기구 기준인 PM10 50마이크로그램 이상이면 '야외수업 자제' 및 '학생 마스크 착용지도'를 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 간 급속도로 악화일로를 겪은 미세먼지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습니다. 기초 연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상 학교 교사내 공기질에 대한 유지 기준은 '미세먼지(PM10) 100마이크로그램 이하'가 전부인 상황입니다. 100마이크로 그램이면 이미 그 자체로 '나쁨'에 해당하는 단계인 만큼 있으나 마나인 셈이죠. 초미세먼지에 대한 유지 기준은 아예 없습니다.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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