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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제는 금리입니다. 시중은행氏!"

1주일에 10만명…인터넷은행, 성공? 실패?

[취재파일] "문제는 금리입니다. 시중은행氏!"
"상당수가 KT직원 아니겠습니까."

케이뱅크에 왜 이렇게 고객들이 몰리고 있느냐고 묻자 한 시중은행 직원이 내놓은 답입니다.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가 KT라는 생각에 한 말이겠죠. 아예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상당수가 KT직원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중은행의 다급함이 묻어나는 말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월요일 문 열고 목요일에 10만 명 돌파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은 24시간 열려있다는 특성 때문에 하루에 2번 집계를 합니다. 밤새 가입자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터넷은행의 약진이 맘껏 '이자장사'를 해온 시중은행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요?


● 다윗과 골리앗…자본금 2,500억 원 vs 21조3,000억 원

"규모 차이가 많이 나는데…."
 
지난 1월쯤 "인터넷 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인터넷은행에 대해 한 시중은행 직원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입니다. 소비자이기도 한 탓에, 오기가 나서 다시 물었습니다. "인터넷은행이 예금 이자 올리면 시중은행도 가만히 있기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도 대답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은행 직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금 금리를) 쉽게 올릴 것 같지 않은데요. 미국이 기준 금리를 계속 올려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모를까요"

분명히 그들의 계산에 인터넷전문은행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규모만 놓고 보면 그럴 만 합니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2,500억 원입니다. 이에 비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자본금은 21조 원입니다. 직원 숫자도 차이가 큽니다. 4대 시중은행 평균 직원 수가 15,741명인데, 케이뱅크는 약 200명 수준입니다. 케이뱅크가 내놓은 자료입니다. 아직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차이는 아주 크다는 엄연한 현실이긴 합니다.


● "문제는 금리다"

그렇지만, 케이뱅크는 시작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로 금리 때문입니다. 제휴서비스, 24시간 은행 같은 여러 가지 유인 요건이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금리 조건이 좋기 때문에 손님이 찾아온다고 봐야합니다. 실제로 그런 예가 있습니다. 바로 정기예금입니다.
케이뱅크 코드k정기 예금 CG
2% 예금을 내놨더니 사흘 만에 2백억 원어치가 모두 팔렸습니다. 시중은행 예금 상품의 금리 평균이 1.3~1.6% 정도이니까 0.4~0.7%p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저축은행과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다.", "저 정도로는 안된다.",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보란 듯이 성공했습니다.
 
기존 시중은행들의 이자 장사 -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리는 방식의 이자 장사- 에 시달려온 소비자들이 얼마나 금리에 민감한 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범 이전부터 중금리 대출, 신용등급 4~7등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을 노리겠다고 했는데, 일단 '틈새시장 공략'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케이뱅크의 마이너스통장은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5.5%의 금리를 받습니다. 5등급, 6등급으로 가면 시중은행보다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의 최근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4등급은 4.4~5%, 5등급은 5.12~5.7%, 6등급은 5.82~6.4%입니다.

이걸 놓고 보면 5~6등급의 경우 케이뱅크가 시중은행보다 경쟁력이 있는 겁니다. 12~13%의 카드론보다는 훨씬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케이뱅크가 애초에 상대적 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중금리 대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던 걸 생각해보면, 소액의 신용대출이기는 하지만, 일단 시작은 순조로운 셈입니다.


● 카카오뱅크까지 가세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2곳이 인가가 났습니다. 하나는 지난주에 출범한 케이뱅크이고, 또 하나는 지난주에 인가를 받고 6월 말쯤 영업을 시작할 카카오뱅크입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톡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시중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5일 본인가를 받으면서 시중은행의 신경을 살짝 건드렸습니다. 앞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할 것이며, 그 경쟁 상대는 시중은행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외화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시중은행에서 100만 원 송금하면 보통 3~4만 원을 수수료로 내야합니다. 그렇지만, 3~4천 원만 받겠다는 겁니다.
해외 송금 수수료 비교 CG
예금 금리에 대해서는 아예 시중은행 들으라고 예고를 했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금리 우대 예정." 모두가 카카오톡이라는 제휴서비스에 집중할 때 은행업의 본질인 금리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인 겁니다. 게다가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누구나 동일하게 우대받는 예금 상품을 내놓겠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0.1% 금리를 더 주겠다며 이런 저런 조건을 거는데 일침을 놓은 겁니다.


● 인터넷전문은행을 보는 시중은행의 시각

그렇지만 시중은행들이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조금 의식은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 시중은행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고도 합니다. 한 은행장이 "겁이 덜컥 났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이례적으로 0%대 마이너스 통장도 출시했고, 2%를 살짝 넘는 예금 상품도 내놨습니다. 아직 금융권 금리 전쟁이라는 말이 과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극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카카오뱅크까지 가세하면 정말로 시중은행들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질은 금리입니다. 시중은행들 가운데 일부는 '24시간 인터넷은행' '다양한 제휴서비스' 'IT기반 마인드'를 인터넷전문은행의 흥행 이유로 내걸면서 자꾸 금리 얘기는 피하고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들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대출 금리 내리고 예금 금리 올리면 인터넷전문은행보다 고객 더 모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리는 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려서 과도한 '이자 장사'에 몰두해왔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경영진은 당장의 실적만 생각하는지, 그걸 포기 못하고 있습니다. 0.1%p, 0.1%p 움직일 때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환호하는지 보지 않았습니까. 장기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게 고객 빼앗기지 않으려면 시중은행도 본질을 바라볼 때입니다. 바로 금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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