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대구르포] 마음 둘 곳 잃은 보수…5월 9일 선택은?

정통 보수 후보 지지냐 vs 전략적 선택이냐

80.1, 80.8 vs 14, 15

● 80.1, 80.8


지난 18대 대선 박근혜 후보가 대구와 경북에서 받은 득표율입니다. 대구, 경북 시민들 가운데 10명 중 8명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죠. 흔히들 TK를 보수의 심장, 보수의 텃밭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14, 15
홍준표, 유승민 대선 후보
이 두 숫자는 오늘(7일)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서 발표한 대구, 경북지역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입니다. 진보정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5로 유승민 후보와 똑같은 지지를 받은 것은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8%의 지지를 받아 대구, 경북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시작으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그리고 구속까지. 흔히들 이번 대선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죠. 진보진영으로 기울어진 대선, 보수정당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마저도 보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란 걸 14, 15라는 수치가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 19대 차기 대통령을 결정짓는 것 또한 보수 표심일 것입니다. 고민 많은 보수층이 최종적으로 어떤 투표를 하냐에 따라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달라질 겁니다.

그렇다면, 보수층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고민하는지, 앞으로 어떤 후보에게 마음을 줄지 예측하는 것 또한 이번 대선의 하나의 관심사일 텐데요. 그래서 직접 보수의 중심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았습니다. 대구 동성로와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구 민심을 들어봤습니다.

● 그래도 우리는 보수, 보수 후보는 홍준표
부산경남 결집 나선 홍준표
대구 동성로에서 처음 들은 이름은 홍준표였습니다. 60대 남성분은 고민 없이 보수 후보 홍준표를 지지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이름인 만큼, 4시간 넘게 대구 동성로와 대구 서문시장을 다니며 만난 시민들의 입에선 홍준표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습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71살의 과일가게 여성 사장님은 지난 4일 홍 후보가 서문시장에 왔을 때 봤다면서 “화끈하게 말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습니다. 강성 귀족 노조를 없애겠다는 정책과, 홍 후보의 확고한 대북관이 마음에 들어서 홍 후보를 지지한다고 대구 시민들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젊은 층에서는 ‘막말 인사’라는 점이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지목됐습니다. 36살의 여성 직장인은 “무자격 후보,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후보”라고 혹평했습니다. 60~70대 노년층엔 ‘화끈한 후보’가 20~30대 젊은층엔 ‘막말 후보’로 판단된 겁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지 의사를 보였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64살 신발가게 남성 사장님은 “안타깝다, 나 혼자 지지한다고 달라지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깊어지고, 대안을 찾게 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동성로에서 만난 50살의 남성분은 “보수 쪽에서 대통령이 되면 좋은데 힘들 것 같다”면서 “그렇다면 문재인보다는 안철수를 지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반문(반 문재인) 정서' 수혜자 안철수…보수후보 안 된다면 중도후보 전략적 선택
안철수
홍준표만큼 오르내린 이름은 안철수였습니다. 대구, 경북에서 3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를 뽑겠다”고 말했습니다. 안 후보는 젊은층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두루두루 이름이 거론됐습니다. 26살 동갑내기 친구인 남성 대학생 2명은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로는 “성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꼽았습니다. 60대 서문시장 여성 상인은 “안철수 지지율이 많이 오를 것 같다. 아침에 얘기해 보면 ‘안철수 뽑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가 대구, 경북에서 떠오른 건 이번 대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점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70대 여성 상인은 “홍준표가 계속 지지율이 안 나오면, 안철수 찍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지율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을 지지해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막자는 ‘반문 정서’가 강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동성로에서 만난 50살의 남성분은 “문재인이 되는 것 보다는 안철수가 되는 게 낫다”면서 “되는 후보를 밀어주는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대선이 보수층 지지자들에겐 ‘좋아하는 후보’를 찍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후보’를 막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투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정권 교체' 문재인, '개혁 보수' 유승민 기대도
문재인 대선 후보
젊은층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36살의 한 여성분은 “이번엔 완전히 갈아야 할 것 같다”면서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적폐 청산을 외치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진정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50대 이상 시민들 사이에선 문재인이란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재인은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보수에도 신흥강자가 나타나야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한 기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31살의 여성 주부는 “가장 잘 할 것 같은 후보”라면서 유승민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유승민이란 이름은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유승민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에야 유승민 후보에 대한 평가가 돌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36살 여성 직장인은 “개인적으로 좋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대선에서 큰 득표를 얻을 것 같진 않다”면서 이왕이면 “가능성 있는 후보 중에 선택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후보 자체는 괜찮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투표할 대상으로는 보고 있지 않는 듯 했습니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보수층의 고민 어디로 향할까

말을 아끼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아직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선택을 유보하는 시민들입니다. 짧은 대선 기간만큼 아직 후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사람, 지지하는 후보가 지지율이 낮다 보니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60대 남성 상인은 “4판, 5판으론 안 된다. 정리가 되면 결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겁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선 기간이 남았습니다.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 후보 간의 연대와 단일화, 네거티브 공방, 아직 후보들의 지지율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습니다. 5월 9일 19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예측불허입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을 누가 좌우할지는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대안을 찾는 보수층, 보수층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