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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날' 운명의 남북 대결

남북 대결의 역사…대표팀 삼총사의 출사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오늘(6일) 밤 9시부터 운명의 남북 대결을 펼칩니다. 사상 첫 세계선수권 우승(디비전 2 그룹 A, 4부 리그)을 노리는 대표팀에게는 놓칠 수 없는 한 판 승부입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서도 남북 대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14년 째 이어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 선수들의 각오도 들어 봤습니다.
 
● 2003년 첫 맞대결…너무 높았던 북한의 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처음으로 맞붙었는데 결과는 10대 0, 대패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세계 랭킹 10위권의 강호였고, 우리는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상태였기 때문에 두 팀의 기량 차는 현격했습니다. 이 때문에 첫 맞대결 당시에는 승부 자체보다도 탈북자 출신으로 태극 마크를 단 황보영 선수가 옛 동료들과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이 더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황보영 선수의 이야기는 지난해 개봉했던 아이스하키 영화 ‘국가대표 2’의 소재로 활용됐습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맞대결을 소재로 만든 영화 '국가대표2'
이후에도 우리는 10년 이상 북한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2007년 중국 창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5대 0으로 졌고,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아시안게임에서는 6대 1로 패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아시아 챌린지컵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7대 1로 크게 졌습니다.
 
● 상승세의 한국 하키, 처음으로 북한을 꺾다!
세계선수권 3연승을 달리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북한과 맞대결에서 통산 4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던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새러 머리 감독을 영입하고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은 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북한과 만났습니다. (국가 간 실력 차가 크기 때문에 6개의 디비전으로 나뉘어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이전까지는 우리보다 상위 리그에 속한 북한과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2013년 우리나라가 5부 리그(디비전 2 그룹 B)에서 우승을 차지해 4부 리그(디비전 2 그룹 A)로 승격하고, 북한은 2015년 3부 리그(디비전 1 그룹 B)에서 최하위에 그쳐 4부 리그로 떨어지며 우리와 북한은 지난해 처음으로 같은 디비전에 속하게 됐습니다.)

개막전에서 북한을 만난 대표팀은 1피리어드 박채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박예은과 조수지, 최지연이 득점 행진에 가담하며 4대 1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스코어뿐만 아니라 슈팅수에서도 우리가 두 배 가까이(39:20) 많을 정도로 압도했습니다. 북한을 꺾고 상승세를 탄 대표팀은 난적 영국은 물론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도 연파했지만, 폴란드에 1점 차 패배를 당하며 아쉽게 첫 우승의 기회는 놓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4승 1패(2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고, 북한은 2승 3패로 4위에 머물며 한국 여자아이스하키가 북한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강릉 세계선수권, 사상 첫 우승을 노린다!

북한에 첫 승을 거두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대표팀의 실력은 한층 더 향상됐습니다. 대표팀은 북한을 꺾었던 슬로베니아에 어제 밤 8대 1로 완승을 거두는 등 매 경기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며 3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세대교체에 들어간 북한은 3경기에서 단 1승에 머물며 강등을 걱정할 처지가 됐습니다. 첫 맞대결을 펼친 지 14년 만에 양 팀의 입장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변했습니다.
 
● 한국 대표팀 3총사의 출사표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소정-이규선-박종아

북한과 경기에 앞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대들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신소정 골리(골키퍼)에게 각오를 들었습니다. 2013년 캐나다 대학 1부 리그 세인트 재비어 대학교에 스카우트돼 주전 골리로 활약하고, 내년에는 북미 여자프로리그 드래프트에 도전할 계획인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답게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대표팀의 주전 골리인 신소정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둔 이번 대회 3경기에서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맞대결, 네덜란드와 우승을 다투는 경기에서는 신소정이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소정 : 북한과 경기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저희는 다른 경기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아시안게임 때 매번 지고 나서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붙었을 때는 이전에 참패를 당했던 기억 때문에 사실은 두려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 막상 실제로 붙어보니까 저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북한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아는 대표팀의 주장 이규선도 이제는 남북 대결에 대해 큰 부담은 없다며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이규선은 2003년 북한과 첫 대결 때부터 활약한 선수로, 북한을 상대로 한국 대표팀의 첫 골(2011년)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규선 : 아무래도 남북대결은 주변에서 관심이 높더라고요. 기분이 어떤지 많이 물어 보시는데, 일단 막상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부담감이나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같은 선수니까 페어플레이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외에는 없는 거 같아요. 2003년도 (10대 0으로 패할 당시)에는 어려운 점도 있었고 (이후로) 많이 지기도 했지만 작년에 이기기도 했고 올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대표팀 공격의 핵 박종아는 가족들과 국내 팬들 앞에서 골 행진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회 장소인 강릉이 고향인 박종아는 이번 대회에서 4골에 3어시스트로 득점 단독 1위, 포인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박종아 : 한국에서, 고향에서 하는 만큼 색다를 것 같아요. 같은 민족끼리 서로 대결하는 게 긴장되긴 하는데 그래도 대회는 대회인 만큼 꼭 이기고 싶어요. 북한 선수들도 잘하긴 하지만 저희가 더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날', 뜻 깊은 남북 대결

승부에 양보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대표팀에게 오늘 북한전은 사상 첫 우승과 승격을 위해, 또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기 위해 놓칠 수 없는 한 판입니다. 하지만, 승부를 떠나서도 오늘 경기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북한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번에 2천 명이 넘는 남북 공동 응원단이 꾸려졌습니다. 강원도민과 실향민, 종교인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매 경기 목청 높여 북한을 응원했고, 북한 대표팀도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한민족의 동포애를 확인했습니다.

때마침 오늘(4월 6일)은 UN이 지정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날 (International Day of Sport for Development and Peace)’이기도 합니다. 근대 올림픽의 탄생을 이끈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 붙어있는 가운데, 페어플레이에 기초한 남북 스포츠 선수들의 교류가 얼어붙은 관계를 녹일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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