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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 참극에 트럼프 '시리아 방임정책' 논란 격화

독가스 참극에 트럼프 '시리아 방임정책' 논란 격화
시리아 이들리브 주(州)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독가스 참극의 책임을 놓고 미국 전·현 정부 간 공방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나 당사자로 의심받는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가 책임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조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또 사용된 화학무기의 성분과 출처도 정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언론들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최근 미국의 대 시리아 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리아 정부가 저지른 가장 잔학한 행위 중 하나라고 비판하고, 시리아 관련 정책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싶어하는 미국 정부에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사건 발생 수일 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들이 결정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 점도 주목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더 나아가 미국의 시리아 정책 "우선 순위가 더는 아사드 축출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최근 시리아 관련 발언을 통해 버락 오바마 전 정부와 미국의 주요 우방들이 고수해온 정책에 변화를 공식화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환이 결국 아사드 대통령에게 미국이 자신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전 정부의 시리아 정책 고문을 역임한 프레데릭 호프는 아사드 대통령이 자신을 제거하는데 주력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반군 점령 지역 민간인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시리아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는 결정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있는 대응을 하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유엔에서 아사드 대통령에게 전범 혐의를 씌우려 할 수 있겠지만, 시리아의 최대 우방인 러시아의 반대로 그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를 주적(主敵)으로 간주, 사태를 시종 예의주시해온 이스라엘 언론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간 하레츠는 특히 헤일리 대사의 발언이 다른 관리들의 유사한 발언과 함께 아사드 정권에 건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들리브 주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권이 2013년 7월 다마스쿠스 교외 반군 지역에 독가스 공격을 가해 1천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리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보복 대응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마음을 바꿔 러시아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합의에 도달했고,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 개입을 확대할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악관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비난받아 마땅한 부끄러운 행위라고 비난하고 문명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번 학살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정치적 현실'을 감안할 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정권교체라는 근본적 옵션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오바마 전 정부의 결단력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책임을 돌렸다.

그는 "아사드 정권의 극악한 행위는 전 행정부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과거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레드라인을 설정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주력하는 트럼프 정부가 시리아에서 벌어진 참극에까지 전 정부를 끌어들이는 것에 다소 뜬금 없다는 반응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주장에 오바마 전 정부 관리들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리아 '방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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