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박진호의시사전망대] 조현병? 사이코패스?…"전문의도 판단하기 어려워"

* 대담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4월 5일(수)
■ 대담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8살 초등학생 살해 10대 A양 조현병보단 사이코패스 가능성 커
-치밀하고 조직적인 환청? 조현병 환자에겐 없는 일
-정신과 전문의들 "조현병 환자 위험한 것처럼 몰아가지 말라" 당부
-5월 30일부터 정신병원 입원 전문의 2명 소견 있어야 가능
-美 논문 "정신장애인 인권강화 강제입원 규제…중범죄 25% 더 늘었다"
-새로운 정신보건법, 강제입원 진행하기 어려워진 측면 있어
 
▷ 박진호/사회자:
 
8살짜리 초등학생을 유괴해서 살해한 10대 A양이 정신질환을 앓아왔다는 경찰의 발표 이후에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5월 말이면 새로운 정신보건법이 발의되면서 상당수의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서 논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SBS 보도국의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 기자, 안녕하세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네.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먼저 10대 A양이 조현병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조동찬 기자는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먼저 보도를 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예. 용의자인 10대 A양은 2011년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포털 사이트에서 조현병이 검색어 순위 1위로 등장했었죠.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무참하게 살해한 30대 남성 범인도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저도 다른 기사처럼 조현병 취재하러 국내 조현병 최고 권위자에게 찾아갔는데. 그런데 첫 마디가 조현병에 의한 범죄라기보다는 사이코패스에 의한 잔인한 행동으로 봐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소아청소년을 전공하는 정신과 전문의에게도 물어봤는데. 역시 모두 조현병 증세가 악화돼서 한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견해였고. 조현병 환자가 마치 위험한 것처럼 몰아가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받았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단순히 조현병이라고 해서 이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말씀 같은데요. 그러면 조현병이 무엇인가. 청취자 여러분들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던 조현병 환자는 피해망상이 있고 범행을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성향을 보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도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혔다는 피해망상이 있었고요. 범행수법이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증거를 인멸하지도 않았고요. 이에 대해서 정신단위 범죄를 많이 감정해 온 한 정신과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는 주로 환청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환청이 대부분은 단순하다고 합니다. 누구를 죽여라 하는 식이죠. 그런데 누구를 몰래 데려와라, CCTV에 걸리지 않게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내려와라, 범행 후에는 증거를 인멸해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시신을 특정 장소로 옮겨라. 이렇게 치밀하고 조작적으로 환청이 나타나는 경우는 조현병 환자에게는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또 A양은 피해망상도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죠. 반쯤 꿈인 줄 알았다. 이런 냉정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조현병학계 전문의가 제게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 동물을 학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이코패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연구논문이었습니다. A양이 동물을 학대해왔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있었죠. 제가 취재한 전문가들은 A양이 조현병 증세가 있어서 조현병으로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이번 범행과 관련된 양상은 사이코패스에 의한 어떤 기질적인 문제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그러면 개인적인 성향이 더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분석 같은데. 그런데 직접 봤던 정신과 전문의 분은 사이코패스 대신 조현병이라고 진단을 했잖아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예. 제가 바로 그 질문을 전문가들에게 했었는데. 정신과 전문의가 조현병이라고 진단했는데. 정신과 전문의들이 조현병이라고 보도하는 언론을 탓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 박진호/사회자:
 
그런 상황이 됐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예. 먼저 A양의 조현병은 전문의 한 명이 괴기스러운 범죄가 있기 전에 판단한 추정진단입니다. 범죄와 관련된 정신장애는 여러 명의 전문의가 다시 감정하니까 최종진단은 달라질 수 있겠죠. 추가되거나. 또 우리나라에서 사이코패스는 범행이 발각되고 나서야 진단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강호순도 범행이 발각되기 전에는 그냥 성격이 나쁘다는 정도로 인식됐을 뿐이죠. 한 정신과 전문의에게서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정신과 영역에서 조울증, 조현병, 사이코패스. 이런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확실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사이코패스라고 진단명을, 외래로 찾아온 환자에게 붙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는 누군가가 희생되고 난 후에야 사이코패스를 진단해 왔었죠. 이번 A양 사건을 통해서도 얼마나 일찍 사이코패스 같은 범죄 가능성이 큰 정신질환을 가려내서 여성이나 초등학생 같은 약자가 희생되는 것을 막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반사회적 인격 장애 성격을 보일 경우에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결국에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에 의한 강력범죄 우려를 키우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도 중요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새로운 법안. 이게 또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지금은 전문의 한 명과 가족 두 명이 동의하면 강제 입원이 가능하지만. 오는 5월 30일부터는 환자가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국공립정신병원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의 2명의 소견이 있어야만 강제 입원이 가능합니다. 지금 강제 입원해 있는 정신장애인 8만 명 가운데 학계에서는 4만 명, 정부에서는 1만 3천 명 정도가 퇴원해서 사회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퇴원한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의 정신보건센터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는 이에 대한 준비가 거의 돼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남양주 정신보건센터를 취재했었는데요. 현재 6명의 의료진이 750명의 만성 정신장애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새 법이 발효되면 지금보다 3, 400명이 늘어날 것이라서 걱정은 태산이었는데. 하지만 아무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원도 없었고요. 아주 모범적인 평가를 받는 지역의 사정이 이러니까 다른 지역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이 법안. 헌법재판소와 세계보건기구는 일단 정신보건법 개정을 아주 지지하는 상황 같은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예. 그렇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강화하자는 것. 지금 당연히 지지해야 될 상황이고. 여기에 반대할 명분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은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논문인데요. 2012년에.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강제 입원을 엄격하게 규제했더니 정신장애인의 중범죄 비율이 25% 정도 늘어났다는 겁니다.

사회에서 이들을 면밀하게 보살피고 관리할 지역 정신보건센터의 기능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죠. 이번 A양도 범행 전날에 정신과 전문의의 외래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부분을 정신과 선생님들은 대단히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증세가 보이더라도 특별히 폭행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을 경우 강제 입원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정신보건법은 이걸 더 어렵게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죠.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연간 80건 정도 보고되고 있고요. 인권단체에서는 실제로 보고 건수보다 한 10배 정도 많은 800건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국내 강제 입원 수는 8만 건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의 강제 입원 사례를 모두 인권 침해라고 가정하고 만든 이번 새로운 정신보건법은 이런 점에서도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사회구성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묘안, 아직 우리나라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결국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해서 강제 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하더라도. 지역 정신보건센터 같은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는 말씀 같은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그게 먼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일단 그들을 사회에서 안전하게 보살피고 관리할 시스템을 확충한 다음에 그 다음에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걸 더 해야 되는 게 아니냐. 순서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더 많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조동찬 기자 오늘 잘 들었습니다.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네. 고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SBS 보도국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