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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서 피살' 이탈리아 대학원생 부모 "진실규명 도와달라" 교황에 요청

작년 2월 이집트에서 고문 당한 흔적을 지닌 변사체로 발견된 이탈리아 대학원생 줄리오 레제니(28)의 부모가 이달 하순 이집트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규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레제니의 부모는 3일 이탈리아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황이 이집트 지도자를 만날 때 레제니 사건을 언급해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 간 화해와 이슬람교와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오는 28∼29일 이슬람 교도가 다수를 이루는 이집트를 방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이슬람 수니파 이맘(최고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 등 이집트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다.

레제니의 어머니인 파올라 레제니는 "우리는 교황이 이집트 방문 기간에 줄리오에 대해 잊지 않고, 진실을 향한 우리의 요구를 공유해 평화를 찾을 수 있게 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세의 청년 레제니는 이집트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연구를 위해 이집트에 거주하던 중 이집트 시민혁명 발발 5주년인 작년 1월 25일 실종됐다가 9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탈리아에서의 부검 결과 레제니는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죽기 전 심하게 고문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집트 정보 기관에 의한 고문 의혹이 제기됐다.

이탈리아는 레제니가 이집트 당국이 껄끄러워하는 노동운동 등을 연구해온 데다 이집트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언론에 기고해온 점을 들어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의 배후에 이집트 보안 당국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음에 따라 이탈리아와 이집트 관계는 냉각됐고, 이탈리아는 진상 규명에 진척이 없자 카이로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소환한 뒤 아직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집트 방문 시 이탈리아와 이집트 간 민감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약자와 비탄에 잠긴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아 온 교황의 평소 행보를 고려할 때 이집트에서 레제니 사건이 '깜짝' 공론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파올라 레제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죽은 지 비현실적인 14개월이 지났지만 이집트 측으로부터 아들의 납치·살해에 대한 아무런 만족스러운 정보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애끊는 심정을 호소했다.

이날 회견을 주선한 상원 인권위원회의 루이지 만코니 의장 역시 "레제니의 죽음은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며 "이집트 측의 무성의함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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