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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세월호 유가족, 항구 밖 천막 노숙하는 사연은?'

* 대담 : SBS 조을선 기자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4월 4일(화)
■ 대담 : SBS 조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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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부 "유가족, 목포 신항 안에 상주 안 된다"
- 3명씩 오후 5시까지만 있도록 제한
- 미수습자 가족은 항구 내 컨테이너 상주 허가
- 해수부 팀장 "감시가 목적 아니냐?" 발언 논란
- "유해 수습했으니 당사자 아니다" 유족에 상처
- 유가족들 항구 외곽 천막서 4일째 노숙 중
- 해수부 "'감시'라는 표현 죄송스럽다" 해명
  
▷ 박진호/사회자:
세월호는 이번 주 안에 땅 위로 올려야하는데 이 작업이 예상 외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배 무게를 줄이는 작업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요. 3년 동안 세월호 인양만을 기다렸던 가족들도 목포 신항에 계십니다. 그런데 머물 데가 없어서 항구 외곽에서 천막 노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양수산부가 유족들이 목포 신항 안에 머무는 걸 막았다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취재하고 있는 SBS 보도국 조을선 기자가 연결돼있습니다. 조을선 기자, 천막 노숙이라는 게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유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겁니까?

▶ SBS 조을선 기자:
 
세월호 유가족 70여 명 정도가 지난달 31일 목포 신항에 내려왔는데요. 머물 곳이 없어서 목포 신항 항구 북쪽 외곽에 천막을 쳐놓고 나흘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아스팔트 바닥에 천막 세우고 나무판과 스티로폼 깔고 지내고 있는 겁니다. 세면 시설도 없어서 물티슈로 씻고 있다고 하고요. 그나마 천막 시설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목포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원했다고 하네요. 이 자리에서 세월호는 철조망 너머 흐릿하게 보일 뿐이고요. 희생자의 가족들이지만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배제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어떻게 해서 유가족들은 이런 생활을 하고 있게 된 거죠?
 
 
▶ SBS 조을선 기자:
 
지난달 28일 해수부와 전라남도, 유가족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유족에게 "목포 신항 안에서 상주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 신항 내 컨테이너 시설에서 상주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유족은 안 된다며 막은 겁니다. 유족은 컨테이너 두 동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3명씩만 있을 수 있고, 오후 5시가 되면 나가야 합니다. 모두 똑같이 세월호 참사에서 가족을 잃었는데 말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단순히 상주만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도 나왔다고요?
  
▶ SBS 조을선 기자:
 
네. 해수부가 상주를 막으면서 한 얘기들인데요.해수부는 유족들의 상주를 거부하는 이유로 "유족들이 솔직히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김 모 대외협력팀장의 당시 발언 내용인데요. 일단 직접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 세월호 인양추진단 대외협력팀장 발언
"가족들이 상주하고자 하는 그런 부분들이 제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분들의 주된 바라는 게 뭐냐, 그러면 전후 관계를 봤을 때는 작업현장에서의 증거 회수, 무단 반출, 이런 거에 대한 감시가 주된 목적이라고 생각이 돼서, 외람된 말씀이지만 솔직히."
 
▷ 박진호/사회자:
 
유가족에게 감시가 목적 아니냐면서 상주를 못하게 한다는 건, 지나친 발언 같은데요.
 
▶ SBS 조을선 기자:
 
네. 그러면서 진상 조사의 의미까지 폄훼하면서 유족은 상주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요. 들어보시죠.
 
* 세월호 인양추진단 대외협력팀장 발언
"제가 보기에는 이제 사고에 직접적인 원인보다는 외적인, 언론에서 지금 얘기하는 각종 설이라든지 이런 부분 이런 쪽의 진상조사에 가깝다고 보고. 선체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한 그런 부분을 이제 감시, 감찰, 내지는 모니터링을 한다는 목적으로 30분이 상주하는 것은 좀 이거는 좀 현장 수습 본부를 운영하는 취지에 맞지 않은 것 같고."
 
▷ 박진호/사회자:
 
해수부가 유족과 진상조사를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한마디로 유족들은 인양 과정을 감시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에 목포 신항에 상주할 수 없다고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낸 거네요.
 
▶ SBS 조을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직 논란의 발언은 남아있습니다. 그 다음 발언도 황당한 건 마찬가집니다. "유족은 미수습자 가족과 달리 유해를 수습했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 세월호 인양추진단 대외협력팀장 발언

"미수습자의 입장과 그 처지와 가족협의회에서 하고자 하는 그러한 목적 자체가 다소 다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부분(상주)을 수용을 못 했던 거예요. (유가족: 저는 목적이 다르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거죠.) 왜 이해가 안 가시죠? 한쪽은 수습을 못 했고, 가족협의회는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시고는 죄송합니다, 수습을 해서 어느 정도는 다 화장도 하시고, 장례절차를 이제 거치셨는데. (유가족: 그러니까 아까 드렸던 말씀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결국 인양과 관련해서 저희가 당사자가 아니란 얘기잖아요.) 말씀드렸지만, 미수습자 수습에 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죠. 왜? 어느 정도 수습은 다 하셨잖아요."

근데 상주는 미수습자의 입장과 그 처지와 가족협의회에서 하고자 하는 그러한 목적 자체가 다소 다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부분을 수용을 못 했던 거예요. (유족: 목적이 다르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거예요) 왜 이해가 안 가시죠? 한쪽은 수습을 못 했고, 가족협의회는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시고는 죄송합니다 수습을 해서 어느 정도는 다 화장도 하시고, 장례절차를 이제 거치셨는데.. (유족: 결국 인양과 관련해서 저희가 당사자가 아니란 얘기잖아요) 그 당사자에 대해서는 말씀드렸지만 미수습자 수습에 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죠. 왜? 어느 정도 수습은 다 하셨잖아요.
 
▷ 박진호/사회자:
조을선 기자, 유가족들이 목포 신항에 내려갔다고 들었는데, 천막 노숙이라면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겁니까?
▶ SBS 조을선 기자:
 
세월호 유가족 70여 명 정도가 지난달 31일 목포 신항에 내려왔는데요. 머물 곳이 없어서 목포 신항 항구 북쪽 외곽에 천막을 쳐놓고 나흘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아스팔트 바닥에 천막 세우고 나무판과 스티로폼 깔고 지내고 있는 겁니다. 세면 시설도 없어서 물티슈로 씻고 있다고 하고요. 그나마 천막 시설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목포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원했다고 하네요. 이 자리에서 세월호는 철조망 너머 흐릿하게 보일 뿐이고요. 희생자의 가족들이지만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배제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유가족이 당사자가 아니다? 유가족 입장에선 많이 화가 날 것 같은데요.

▶ SBS 조을선 기자:

네 그렇죠. 그리고 이 말도 사실과 다릅니다. 시신으로나마 돌아온 희생자들 중에 신체의 일부가 없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고, 희생자들의 가방이나 휴대폰 같은 유류품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아무래도 상식적으로 지나친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해수부가 감시하려는 거 아니냐면서 유가족들의 상주를 막았지만, 사실 이런 불신과 감시를 자초한 측면도 있지 않나요?
 
▶ SBS 조을선 기자:
 
사실 세월호 침몰부터 인양까지 유가족들이 해수부 불신하게 된 일련의 일들이 있었죠. 예를 들면, 해수부는 인양 과정에서 당초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선체에 구멍을 2~3개만 뚫고 선체를 온전히 인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는 유족에 알리지 않고 배에 140개에 달하는 구멍을 뚫었고, 진상조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부분들까지 절단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해수부는 인양 방식을 바꾸는 결정마저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했고, 뒤늦게 알게된 유족들이 시뮬레이션 결과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이마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참사의 진상규명을 하려는 특조위를 방해하라는 지침이 담긴 해수부 문건이 뒤늦게 드러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족들은 인양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이 역시 해수부가 거부해, 유족들은 동거차도에 직접 초소를 만들어 지켜봐야 했습니다. 만약 해수부가 작업 과정에서 떳떳하다면 일정 수를 제한하더라도 미수습자 가족처럼 유족도 목포 신항 내에서 상주를 허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유족들은 목포 신항 안에서 세월호를 가까이 보지도 못하고, 또 이런 발언들을 들으면서 상처도 받았을 것 같아요.
 
▶ SBS 조을선 기자:
 
멀리서 세월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유족들은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던 그날 뿐만 아니라 세월호가 뭍으로 인양될 때까지 속이 탈 뿐입니다. 고 이창현 학생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세월호가 보고싶다, 왜 이렇게 가족들 막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무엇이 그렇게 감출 게 많은지. 정부가 가족들을 왜 이렇게 홀대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가족들의 원성을 쌓고 있는 정부가 너무나 야속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조위 김형욱 조사관은 "해수부가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견제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인을 제공한 해수부의 자업자득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런 정부에 감시가 필요하고, 그 전에 정부가 투명하게 정부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게 정부가 말했던 3.0 정부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문제의 발언들을 한 해수부 간부와는 접촉해보셨습니까?
 
▶ SBS 조을선 기자:
 
네.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추진단 대외협력팀장은 기자와의 전화에서 "감시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유족들이 항구 내 컨테이너에서 상주하는 건 불가하지만, 낮에 인양 작업을 모니터할 수 있는 인원수는 한자릿 수 내에서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세월호 주변에 CCTV 3대 정도만을 설치해 방 안에서 모니터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절충점이 되기는 어려워 보이고요. 유가족 수를 한정해서 상주를 허락하는 방안이나, 혹은 선체조사위원회의 기록 활동에 소수의 유가족이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정부라면, 우선적으로 참사 피해자들과 소통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참사를 해결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 SBS 조을선 기자: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피해자와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협의체를 통해 피해자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재난 피해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가 이미 마련돼있는 겁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서 소통도 신뢰도 부족했던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아직 멀었다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유족들은 이미 가족을 잃고 큰 상처를 입은, 말 그대로 유족, '남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과 함께, 지난 3년 동안 유족들이 받은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데 좀 더 힘쓰는 모습을 보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야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큰 상처가 됐던 세월호 참사는 진정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오늘 연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SBS 보도국 조을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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