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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전문위 부의 의견에 '합병 반대할 거냐' 물어"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복지부에 보고했다가 "반대하겠다는 거냐"는 소릴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모 전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전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내용의 증언을 내놨다.

이 전 실장은 "(2015년) 7월 6일 복지부에 가서 조남권 당시 연금정책국장 등에게 합병건에 대한 공단의 초안을 설명했더니 조 국장이 '당신들이 합병에 반대하겠다는 거냐'는 취지로 얘길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저희는 반대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문위로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 국장의 이런 말을 듣고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안에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드러났다시피 결국 삼성 합병안은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에서 그해 7월10일 찬성 의결이 이뤄진다.

이 전 실장은 투자위에서 찬성 의결을 내린 뒤 홍 전 본부장이 '안 수석님'이란 호칭을 써가며 결정 사항을 전화로 보고했다는 증언도 했다.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말한다.

이 전 실장은 특검이 "홍 전 본부장이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안 수석님, 투자위에서 찬성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그렇게 들었다"며 "안 수석이라고 말해서 안종범 수석을 뜻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이 안 전 수석에게 당시 전화한 것은 홍 전 본부장 본인 진술로도 확인된 내용이다.

이 전 실장은 당시 이 통화를 듣고 청와대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상황으로 인식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달 15일 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끝나고 나서 보고받은 건 있는지 몰라도, 그 이전에 보고받은 건 전혀 없다"며 자신의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다.

이 전 실장은 투자위 의결 전 홍 전 본부장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겠다고 해 "부적절하다"는 우려를 전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투자위 열리는 날을 며칠 앞두고 홍 전 본부장이 이 부회장을 만난다고 했다"며 "(홍 전 본부장에게) 당장 며칠 뒤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여러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느냐. 가서 무슨 말을 할 거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의 우려에도 홍 전 본부장은 채모 리서치팀장, 정모 책임투자팀장과 함께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홍 전 본부장 등은 공단을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으니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같은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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