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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물동량 통계 믿어도 되나…터미널 집계와 격차

부산항 일부 터미널 7만 7천여 개나 차이…항만공사 원인도 몰라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통계의 정확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하역이 이뤄지는 터미널의 집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에서는 터미널에 따라 연간 물동량 차이가 최다 20피트짜리 8만개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통계는 항만운영정보시스템(포트-미스·PORT-MIS)을 통해 각 항만공사가 집계한 것을 해양수산부가 취합해서 발표한다.

부산항만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20피트짜리 1천945만5천여개였다.

하지만 부산항의 각 터미널 운영사들이 자체 집계한 물동량은 1천954만2천여개로 이보다 8만7천여개나 많다.

공식 통계와 각 터미널의 물량을 비교하면 적게는 1천800여개, 많게는 7만7천여개나 차이가 난다.

신항의 경우 2부두 운영사인 PNC의 자체 집계 물동량은 469만5천여개로 공식 통계치 462만5천여개보다 7만여개가 많다.

3부두(HJNC)와 4부두(HPNT)의 공식 통계 물량은 192만5천여개와 232만2천여개로 운영사 집계치보다 각각 7만7천여개가 적다.

5부두(BNCT)의 물동량도 운영사는 156만3천여개로 집계했지만 공식 통계치는 이보다 2만1천여개가 적다.

반대로 북항 감만부두의 경우 공식 통계치(117만1천여개)가 운영사 집계보다 6만천여개 많다.

신항 1부두(PNIT), 북항 자성대부두, 신감만부두의 물동량도 공식 통계와 운영사 집계치 사이에 2만2천~4만여개의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는 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이 물동량을 집계하는 방식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항만공사는 선사나 대리점들이 신고한 자료를 토대로, 운영사들은 실제로 자사 터미널에서 하역한 물량을 토대로 각각 집계한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3일 "실제 하역한 실적을 근거로 하는 운영사 집계가 더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며 "해수부와 항만공사가 사용하는 시스템은 선박과 화물의 입항료를 부과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물동량 집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동량 통계는 정부와 항만공사들이 항만개발과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이다.

국내외 학계와 연구기관 등이 항만산업의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하고 운영사들의 경영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부정확한 통계는 자칫 정책의 왜곡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운영사 관계자들은 "항만공사가 발표하는 물동량과 터미널 집계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오래된 문제로 그동안 여러 차례 개선을 건의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만공사는 공식 통계와 운영사들의 집계치에 차이가 나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고 밝혔다.

물동량 차이가 나는 원인을 두고 항만공사와 운영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항만공사가 사용하는 포트-미스가 선사들의 신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력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데는 양측이 의견을 같이한다.

북항 우암부두는 2014년 2월에 폐쇄됐는데도 아직도 하역물량이 입력되고 있다.

지난해 이 부두에서 하역했다고 선사가 신고한 물량은 2천460여개였다.

접안 터미널을 잘못 입력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이 애초 접안한다고 신고한 터미널의 혼잡 등으로 다른 터미널에서 하역하는 물량도 항만공사 통계에는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빈 컨테이너는 입항료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선사에서 신고를 누락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운영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항만 전문가들은 "선사들의 입항 신고자료에만 의존하는 현행 항만공사의 통계는 실제 하역물량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해수부와 항만공사는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물동량 집계 차이가 나는 원인을 밝혀내 통계의 정확도를 높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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