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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美국무 방문에도 터키 숙원은 그대로

쿠르드민병대 배척·쿠데타 배후 송환 답보<br>FT "터키, 실패로 해석"…독재 지적 안 당한 건 소득

터키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 때 숙원 해결을 향한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계 민병대에 대한 배척,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학자의 송환 등 누적된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번에 진척되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30일(현지시간) 터키 방문에서 이런 문제들에 난색을 보이며 논의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관계 재설정을 노렸던 터키가 이번 방문을 완전한 실패로 해석하고 있다고까지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위급 관리로는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틸러슨 장관은 터키가 요구하는 핵심 사안에 불투명한 입장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전투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참여하는 쿠르드계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에 대한 문제가 대표적이다.

터키는 YPG가 자국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 노동자당(PKK)의 방계조직이라고 주장하며 테러조직으로 규탄하고 있지만 YPG는 미군의 IS 격퇴전 동맹이다.

이에 터키는 락까 탈환전을 터키와 공동 수행하고 쿠르드계와 협력을 중단하라고 미국 측에 거듭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YPG가 최고의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터키도 작년 8월 IS와 YPG를 동시에 겨냥해 개시했던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최근 종결한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이 자국을 방문하자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과 시리아의 쿠르드계 협력에 거듭 반대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YPG와의 협력관계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틸러슨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YPG와 협력관계를 고수하겠다는 미국 입장에 거듭 불만을 제기했다.

틸러슨 장관은 "IS를 소탕해야 한다는 목적에는 양국 사이에 전혀 이견이 없지만 어려운 선택이 남아 있다"며 YPG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즉답을 아꼈다.

양측은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터키 송환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터키는 귈렌이 작년 7월 발생한 쿠데타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에 송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해왔다.

귈렌은 1999년 지병 치료차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틸러슨은 귈렌 송환을 위해서는 그의 쿠데타 배후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터키가 자국 국유 은행인 할크방크의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 부사장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서 구속기소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터키는 이번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귈렌 지지세력과 가까운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아틸라 부사장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긴장관계가 여전한 상황에서 터키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 가운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부분이 있기는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독재로 향하고 있는 에르도안 정권의 법치, 민주주의, 인권 훼손 논란에 국제사회가 비판을 쏟아낸 것과 달리 틸러슨 장관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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