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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마저 무너진 베네수엘라…"대법원이 입법권 장악"

대법원 "사법부 대행"…美언론 "사실상 1인 독재 수순"

한때 석유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경제적 혼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삼권분립 원칙마저 무너졌다.

집권세력에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의회의 입법권을 '사법부 대행'이라는 기발한(?) 카드를 내세워 사실상 빼앗아버린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엘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입법권한을 자체 대행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별도로 지정한 기관이나, 대법원 산하 헌법위원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법원은 "의회가 법원을 경멸하는 한 의회의 활동은 계속 무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정부 성향인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중도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 권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의회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부결권을 행사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게 베네수엘라 정부 측 주장이다.

앞서 야권은 극심한 경제난 등을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했으나 대법원 등의 반대로 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야권은 이번 판결에 대해 독재를 위한 쿠데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쓰레기 같은 판결"이라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군은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처럼 경제 위기의 어려움을 함께 겪는 군인들이 봉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야권은 다음 달 1일부터 가두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미 주류 언론들은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로 접어들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노골적 독재"라고 비판했고, CNN방송은 "집권당이 3권을 모두 장악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암으로 사망하자, 당시 부통령이던 마두로가 권력을 승계했다.

그렇지만 극심한 경제난으로 곧바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고, 2015년 말 총선에서는 중도보수를 표방한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가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에 압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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