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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추천도서 : '대한민국 마음보고서' 외

[박진호의시사전망대] 추천도서 : '대한민국 마음보고서' 외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4월 1일 (토) 오전 07:05
■ 대담 : 씨네21 이다혜 기자, 한양대 교양학부 표정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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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러브FM ‘박진호의 시사전망대’는 매주 토요일마다 씨네21의 이다혜 기자와 한양대 교양학부 표정훈 교수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아래 기사 내용은 팟캐스트 ‘SBS 전망대 컬쳐쇼’에서 더욱 생생하고 자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1. 『대한민국 마음보고서 (불확실한 시대, 우리를 위한 심리학)』/하지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자기계발 경쟁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 표정훈(한양대 교양학부 교수)

 
대한민국 마음보고서
개인의 마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마음, 그러니까 최근 사회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집단적으로 겪는 마음의 문제들을 다루는 책이다. 최근 ‘혼밥’, ‘혼술’ 등 이른바 나홀로족이 크게 늘고 있다.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나홀로족’은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혼자 지내는 게 편하고 익숙해졌을 뿐이다. ‘나홀로족’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 에너지의 90% 이상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머지 사적인 시간은 최대한 에너지 절약 모드로 지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회사의 요구에 부응하다가 기력이 방전되고, 회사 바깥에서 자기만의 밀실로 숨어드는 셈이다. 저자인 하지현 교수는 이런 현실을 ‘1인분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로 표현한다.
 
우리 사회가 ‘바쁨의 양극화’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한다. 바쁜 사람이 일을 싹쓸이해버렸기 때문에 바쁘지 못한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누구는 바빠 죽을 것 같은데도 일을 놓지 못하고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자전거에 오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 아니면 도’라고나 할까. 우리 사회는 바빠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과, 바빠 죽을 것 같은 사람으로 양극화 되었다.
 
2.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나 자신이 불행할 때,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감정은 어떤 걸까?” - 이다혜(씨네21 기자)
 
쇼코의 미소
최은영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아직은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할 신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2013년 겨울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그 작품으로 이듬해에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이 작품집이 꼽히면서 다시 화제가 되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소설가로서 최은영의 가장 큰 미덕은 그게 무슨 탐구든 반드시 근사한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점이다.” 라고 말하기도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이누도 잇신 감독의 어떤 영화들처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진실하다’라는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표제작 「쇼코의 미소」의 주인공은 소유라는 소녀다. 소유는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 자격으로 오게 된 일본인 쇼코와 만나게 된다. 쇼코는 소유의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소유는 쇼코가 짓는 미소를 이렇게 생각한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다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소유의 할아버지는 쇼코와 아주 가깝게 대화를 나누고, 일주일간 소유의 집에 머물다 돌아간 쇼코는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에게 각각 영어와 일본어로 편지를 써서 보낸다. 소유에게 영어로 보내는 편지에는 울적한 일들에 대한 언급이 많고, 소유의 할아버지에게 일본어로 쓰는 편지에는 평범하게 밝은 이야기들이 있다. 쇼코는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게 싫다며 성장하면 도쿄로 가겠다고 말해왔다. 어쨌거나 소유는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고 쇼코와의 편지 교환에도 소원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소유는 쇼코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들의 재회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읽어보기를 권한다.
 
『쇼코의 미소』에 수록된 여섯 번 째 단편「미카엘라」는 세월호 사건을 다룬다. 첫눈에 그간의 고생이 훤히 드러나는 노인과 중년 여자가 함께 ‘세월호 시위 현장’인 광화문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한국의 예술은 그것이 영화든 문학이든 상관없이 세월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더하게 될 것이다. 『쇼코의 미소』와 비슷한 시기에 정호승 시인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읽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이렇게 시작한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이런 시어들을 읽다 보면, 팽목항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최은영 작가도 「미카엘라」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 / 최은주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 “해고당한 한국인 노동자를 끝까지 품에 안았던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프랑스 노동법이었다.” - 표정훈 (한양대 교양학부 교수)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
이 책은 저자 최은주 씨가 한국대표부를 상대로 프랑스 법원에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해서 배상 받을 때까지 일을 담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의 어시스턴트로 채용돼서 2005년부터 7년 동안 행정원으로 일했다. 2011년 1월, 대표부 사무실에서 한 상사가 최은주 씨의 어깨를 밀치면서 폭언을 했고 몇 시간 뒤엔 같은 상사가 버스정류장까지 따라와 욕설을 하고 장갑으로 얼굴을 내리쳤단다. 최은주 씨는 그 상사를 징계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대표부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은주 씨가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자 한국대표부가 가해자를 형식적으로 징계했을 뿐이다. 게다가 피해자인 최은주 씨는 무언의 퇴직 압력을 받게 된다. 최은주씨는 사내폭력에 관한 소송을 준비하게 되는데, 한국대표부는 최은주씨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최은주씨는 소송사유에 부당해고를 추가했다. 파리 노동재판소는 2012년 10월 17일, 부당해고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려 한국대표부에 배상금 지불을 명령한다.
 
이 책은 프랑스의 노동법이 어떤지 설명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라도 1년6개월 이상을 근무하면 종신직 노동자가 된다. 7년째 근무한 최은주 씨는 프랑스 노동법으로는 종신직이었고, 한국 대표부 내에서는 비정규직이었다. 최은주 씨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 대표부는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비정규직을 원했고 나는 프랑스 노동자 흉내를 내며 당당하게 내 권리를 주장했다. 한국 정부에 해고당한 한국인 노동자를 끝까지 품에 안았던 것은 프랑스 노동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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