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30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MB 저격수'로 맹활약했던 유 후보가 이제 전직 대통령이 된 MB를 찾아 향후 대선행보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이다.
이는 전날 '정치적 스승'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데 이어 MB와도 면담함으로써 자유한국당 유력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와의 '범보수 대표주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후보의 이날 방문에는 과거 'MB 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동행했다.
진 전 장관과 박 전 대변인은 현재 유 후보의 '캠프 총괄'과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대치동 사무실을 찾은 유 후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 대해 "축하한다"며 "능력 있는 보수(후보)가 됐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원고 없이 진행된 스탠딩 토론 등 경선 과정에 대해 "(남경필 경기지사가) 경험이 많아서 제가 혼났다. 짧지만 치열하게, 남 지사가 그런 방식을 원하기도 했고, 새롭게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두 사람 다 토론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다"고 화답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면담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경선이) 다 끝나니까 홀가분하지 않으냐"고 물었고 유 후보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라고 답했다고 유 후보 측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보수는 명분이 있고 정의로워야 하고 능력 있는 보수를 만들어야 한다. 능력 있고 정의로운 보수를 위한 지도자가 돼 달라.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면서 유 후보가 김무성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에 대해 "아주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지금 굉장히 대혼란의 상황인데 특히 정치권에서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혼란에 빠지지 말고, 일시적으로 힘들더라도 영원히 보수가 사는 길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안보위기를 강조하면서 유 후보에 대해 "경제전문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안보 측면에서도 굉장한 전문성과 투철한 안보관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 격려했고, 유 후보는 "남은 기간 초심을 잃지 않고 잘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덕담을 해주셨다. 보수가 어려울수록 보수가 부패하지 말고, 어려울수록 명분이 중요하니 무겁게 생각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유 후보는 또 이 전 대통령이 "한미 한중관계를 포함해 안보 걱정을 많이 하셨고, 안보에 대해서는 저에 대해 신뢰를 하시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이날 예방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유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이후인 지난 1월 31일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아 손명순 여사를 예방한 데 이어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유 후보에게 "경제전문가로 전문성을 잘 살리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한편, 유 후보는 이번 주말께 후보 확정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을 계획이다.
유 후보는 기자들에게 4·12 국회의원 재보선(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과 관련해 "상주, 의성 장날인 4월 2일 경북에 갈 예정이며, 그 전후로 대구도 가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