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EU는 모든 소를 1등석 태우고도 남을 농업보조금 준다"

아난 전 총장, 부자나라 정책에 아프리카 멍드는 현실 비판

"유럽연합(EU)은 모든 소를 항공기 일등석에 태워 전 세계에 보내고도 남을 정도의 보조금을 농부들에게 준다."

코피 아난 전(前)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브뤼셀에서 기자들로부터 EU가 추진 중인 공동농업정책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오래전부터 이 같은 농담이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농업의 미래 포럼' 기조연설자로 브뤼셀에 온 아난 총장은 "나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많은 보조금을 농부들에게 주는 EU의 본부에 왔는데, 내가 출발해온 곳은 제한된 자원을 가진 가난한 농부들이 유럽 농부와 경쟁하려 애쓰는 아프리카 대륙"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땅이 많고 실업자가 넘침에도 거의 영세농민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여성인데 연간 850억 달러어치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때로는 토마토 10개를 아프리카인들이 자체 재배하기보다는 수입하는 게 더 쉬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든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국제 무역체제가 이뤄지기를 원한다"며 유럽 등 부자나라들의 정책으로 아프리카의 농업과 농민들이 멍드는 현실을 꼬집었다.

200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1997~2006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퇴임 후 조국인 가나 대통령 출마 권유도 받았으나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의 굶주림과 빈곤 추방, 지속가능한 개발을 돕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재단을 설립해 농업혁명 운동 등을 하고 있다.

29일 유럽 전문매체 EU옵서버 등에 따르면, 이번 포럼은 세계적 종자 및 농약업체인 신젠타가 주최했으며, 이 회사는 몬산토와 함께 유전자변형작물(GMO)에서도 선두주자다.

아난 전 총장은 GMO의 안전성 등에 대한 숱한 논쟁이 있었지만, 자신은 논쟁에 매몰되지 않아 왔다면서 다만 "우리가 좋아하든 아니든 과학이 문제 해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늘 주장해왔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GMO에 대한 지지나 거부 의견을 직접 밝히지 않은 채 유럽의 GMO 거부 태도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유럽은 과학지식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유럽이 어떤 입장을 취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총장 재직 때 아프리카에 대기근이 일어났을 당시 해당 국가들이 GMO 원료가 포함된 식량 구호품을 받기를 거부했는데 GMO를 받아들이면 환경에 영향을 주고 농산물을 유럽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아난 전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그가 패배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나머지 다른 나라들은 파리협약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시민들이 정부에 행동을 요구할 것이며 오늘날 중국이 환경 정화에 매우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역시 사람들의 요구 때문일 것이라며 "숨을 쉴 수 없다면 경제적 번영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난 전 총장은 "지도자들이 (시민을) 이끌지 못하면 시민들이 앞장서 이끌고 지도자들을 이에 따르도록 만들 것이라고 나는 늘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