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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중 주차 車 밀었다가 "쿵"…삐딱하게 세운 사람은 잘못 없나요?

회사원 A씨는 회사 지하주차장에 서 있던 2중 주차 차량을 밉니다.
자기 차를 막고 서있던 국산 중형차를 살짝 밀고 얼른 자기 운전석으로 들어갑니다.
[취재파일] 2중 주차車 밀었다가 '쿵
여기까지는 아주 익숙한 장면이죠. 그런데 멈춘 듯 했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진행 방향으로 약한 내리막이 있었는데, 미처 몰랐던 겁니다. 차는 계속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각도상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A씨는 차를 반대방향으로 뽑아서 주차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취재파일] 2중 주차車 밀었다가 '쿵
그런데. 밀려 내려간 차 앞에는 수입차가 서 있었습니다. 뒤늦게 나온 피해자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CCTV를 확인한 뒤 차를 민 A씨에게 연락했습니다. A씨가 모두 물어줬는데, 수입차 수리비가 많이 나왔습니다. 200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 '가해자의 2백만 원' 보험사에서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2백만 원은 A씨가 고스란히 부담했습니다. 2중 주차된 차를 민 사람에게는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규정은 이렇습니다. 자동차의 소유, 사용, 관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만 보상을 해주는데, 이 경우는 아니라는 겁니다. 한문철 변호사는 "자동차 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자동차의 소유, 사용, 관리, 쉽게 말해서 운전입니다. (이중주차 차량을 민 것은) 운전 행위 이전이기 때문에 그것은 내 자동차 보험으로는 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보험이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 살짝 헷갈릴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가해자에게 해당 되는 얘기입니다. 가해자는 그 어떤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지만, 피해자는 자차보험을 이용해 보험사에서 수리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편의상, 차를 잘못 밀어 사고를 낸 가해자는 A씨. A씨(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사는 a보험사라고 하겠습니다. 피해자는 B씨, 그 보험사는 b보험사라고 하겠습니다)

피해자 B씨. 주차장에 나와 자기 차가 찌그러져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랍니다. 가입한 b보험사에 전화를 겁니다. b보험사 직원이 와서 사고를 낸 사람(2중 주차된 차를 민 사람, A씨)을 찾기 시작합니다.

CCTV, 블랙박스가 워낙 많아서 요즘엔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고 합니다. 그게 없더라도 옆에 서 있던 차들의 블랙박스에 모두 녹화되기 때문에 증거는 수 십 개까지, 각도 별로 나온다고 합니다. 가해자를 찾은 뒤 b보험사는 B씨에게 "일단 수리하세요"라며 자차보험으로 보상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피해자 B씨는 보험이 되는 겁니다)

이제 돈을 내준 b보험사는 A씨를 찾아갑니다. B씨에 물어준 수리비를 A씨에게 받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수리비 보상을 안해주면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냅니다. 차를 밀어서 사고를 낸 A씨. "차 사고니까 내 보험사에 청구해야지"라고 a보험사에 전화를 겁니다. a보험사가 b보험사에게 돈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렇지만 설명드린 대로 운전 이전 행위이기 때문에 a보험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운전 중이 아니니까 보험 안됩니다" (그러니까 가해자 A씨는 보험이 안되는 겁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2중주차 가해자, 그러니까 차를 밀어서 사고를 낸 사람에게는 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잘못 밀었다가는 큰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는 겁니다.

● "삐딱하게 세운 사람 잘못은 없습니까?"

좋습니다. 보험은 안된다고 치죠. 그런데 꼭 차를 민 사람 책임만 있을까요? 차 빼달라고 전화해도 안 받고, 아니면 차까지 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중 주차한 사람 책임은 없을까요? 그런 의문은 삐딱하게 세운 차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는 상식에서 출발합니다.

상식적으로 평행하게 주차된 차량의 경우 범퍼끼리 쿵 부딪힐 경우 상처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강하게 밀지만 않았다면 범퍼가 깨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삐딱하게 세워놨을 경우에는 다릅니다. 비스듬히 부딪힐 경우 범퍼를 비껴서 가격하거나 긁으면서 나가기 때문에 흉터가 날 수 있습니다.

수리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자동차정비업체 대표인 김남진 씨는 "정면으로 받았을 때 자국이 거의 안 납니다. 비스듬히 부딪혔을 때 스쳐지나가면서 흉터가 생기게 되는데, 대부분 도색을 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색 비용은 차량에 따라 15만 원에서 250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이 장면에서 '책임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비스듬히 부딪혔을 때 주로 수리비가 발생한다면, 비스듬하게 세워놓은 사람이 잘못한 것 아닐까요? 똑바로 세워놨다면 사실상 상처가 거의 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법원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문철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만약에 삐딱하게 세워져 있다면 똑바로 밀었는데 차가 다른 방향으로 가서 또 다른 차와 부딪혔을 때. 그럴 때는 '왜 똑바로 세우지 않았느냐'고 해서 차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그 차주인(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고요"

그렇습니다. 삐딱하게 잘못 세워놓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CCTV와 블랙박스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삐딱하게 세워놓은 사람'의 책임이 얼마나 되느냐입니다.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10~20% 정도의 책임을 집니다. 

결국 멀쩡하게 서 있는 차에 대해 -삐딱하게 세웠든 말든 - 힘을 가해 움직인 가해자가 80~9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200만 원의 수리비가 나왔다면 160만 원에서 180만 원을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삐딱하게 세워놓은 차가 참 얄미워도 차를 민 사람 책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겁니다. (물론 2중 주차 금지구역이나 경사진 주차장의 경우처럼 ‘특수한 상황’은 좀 더 다양한 판례가 있기는 합니다. 기본적으로 판례는 모든 사안에 적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사고가 똑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중주차된 차를 밀어야 할 때 조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먼저 차주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좋고, 연락이 안되면 조심스럽게 밀어야 하는 겁니다.

● 車 보험 NO?… 다른 특약 가입했는지 확인해봐야

가해자의 경우, 車 보험으로 보장이 안된다면 혹시 내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암보험의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 특약에 가입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중주차를 위한 특약은 아니지만, 만약 이 특약에 가입했다면 이중주차 때 보험사로부터 수리비를 대부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특약은 노트북에 커피를 쏟았거나, 아이가 남의 집 유리창을 깼을 때 보상을 해주는 특약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자신이 가입했는지 잘 기억을 못합니다. 월 300원 정도 밖에 안나가고, 특약으로 숨겨져 있기 때문에 깜빡깜빡하는 겁니다. 이중주차 사고가 난 뒤 수리비 폭탄 때문에 고민이 있으시다면, 차 보험을 제외하고, 자신이 손해보험사에 들어놓은 보험의 보험증서를 찾아 내가 특약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손해보험사가 절대로 미리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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