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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 사건 후 업무과중 경찰 자살…법원 "공무상 재해"

'염전노예 사건'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실종·가출자 업무를 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에게 공무상 재해가 인정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는 정읍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중 숨진 P 순경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 수행에 따른 사망을 인정해 유족보상금을 지급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공단은 앞서 "P 씨의 자살은 업무가 아닌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인 성향 탓"이라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줬다며 공무 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P 씨는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했다"며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P 씨의 성격,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심하는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점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또 P 씨가 우울 증상을 겪을 만큼 업무가 과중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P 씨는 인구 10만 명이 사는 정읍시의 실종·가출 업무를 혼자 담당했다"며 "퇴근 이후에도 사건이 발생하면 직접 출동하는 등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당시에는 '염전노예'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어 P 씨가 처리해야 할 실종·가출자 관련 업무량 자체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P 씨는 2014년 2월 18일 교통관리계에서 순찰 업무를 담당하다 여성청소년계로 전보돼 같은 해 3월 31일까지 실종·가출자 신고 접수와 수색활동 등의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는 마지막 근무일 업무를 마치고 퇴근했지만 귀가하지 않고 다음 날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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