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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선 '트럼프' 안 통했다…'파죽지세' 극우포퓰리즘 패배

파죽지세인듯 했던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이 네덜란드 총선에서 일단 제지를 당했다.

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 개표결과 온건 보수 성향의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자유민주당(VVD)이 전체 150석 가운데 33석을 차지하며 제1당을 유지했다.

반면에 '반(反) 유럽연합·반(反) 이슬람·반(反) 난민'을 내세오며 VVD의 자리를 위협해온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은 지난 선거보다 5석 늘어난 2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작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에서 확산 흐름을 보였던 극우 포퓰리즘은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이번 총선은 내달 23일과 오는 5월 7일의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및 결선 투표, 오는 9월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실시돼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파괴력을 가늠해보는 시험대나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로 볼 때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과 극우 성향의 후보들이 큰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프랑스 대선이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선 극우 포퓰리스트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NF) 후보가 대선 결선투표 진출이 유력시 돼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오전 7시(현지 시간) 현재 95.3%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집권당인 VVD가 33석을 차지, 제1당을 유지하는 것을 비롯해 PVV 20석, 기독민주당(CDA)·민주66당(D66) 각 19석, 녹색좌파당(GL)·사회당(SP) 각 14석 등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28개 총선 참가 정당 가운데 13개 정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직전에 치러진 지난 2012년 9월 총선과 비교하면 VVD는 8석이 줄어든 반면에 빌더르스의 PVV는 5석, CDA는 6석, D66는 7석, GL은 10석이 각각 늘어나게 된다.

반면에 VVD와 연정을 구성했던 노동당(PvdA)은 38석에서 9석으로 무려 29석을 잃으며 완패했다.

극우 정당인 PVV는 올해 1월초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5석까지 차지하면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고, 최근까지도 VVD에 버금가는 확고한 제2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개표 결과 5석 증가에머물렀다.

반면에 중도 성향의 CDA, 온건 진보 성향의 D66와, '네덜란드의 트뤼도',' 네덜란드의 JFK'로 불리는 예시 클라버 대표가 이끄는 GL이 지난 선거보다 크게 약진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그는 극우 포퓰리즘 광풍을 막는 '방풍막'이 되겠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클라버 대표가 빌더르스 대표를 이긴 셈이 됐다.

공식적인 최종 총선 결과는 오는 21일 발표된다.

PVV는 선거 초반에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집권하면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비롯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며 이슬람 난민들에게 네덜란드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이슬람국가 터키와의 외교분쟁도 결국 강경 일변도 대응을 요구한 빌더르스 대표의 PVV보다 뤼테 총리의 VVD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CDA, D66, GL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뤼테 총리는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VVD가 세 번 연달아서 네덜란드의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대선에 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네덜란드는 잘못된 종류의 포퓰리즘을 멈추게 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각 당은 연정 구성 논의에 곧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어느 당도 20% 이상 득표하지 않아 4~5개 정당이 연대해야 집권에 필요한 76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 논의는 제1당인 VVD가 주도권을 잡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난항이 예상돼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빌더르스 PVV 대표는 이날 밤 연설에서 연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앞서 주요 정당들은 PVV가 제1당이 되더라도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투표율은 지난 2012년의 74%보다 7% 포인트 이상 높은 82%에 육박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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