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잃어버린 핸드폰에 식당 번호 48개…무슨 사연 있길래

기초생활수급자, 눈물의 분실신고…경찰, 일주일 '총력' 피의자 검거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사업상 중요한 거래처 등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휴대폰은 잃어버리면 여간 낭패가 아닙니다.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식당번호 48개가 저장된 휴대폰을 분실했습니다.

남다른 사연으로, 분실한 휴대폰을 애타게 찾아 주변을 안타깝게 한 사연을 연합뉴스가 전했습니다.

지난달 6일 자정이 가까워져 올 무렵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파출소에 50대 여성 A(54)씨가 울먹이며 찾아왔습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분실신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A씨는 조금 전 길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 같다며 "나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절대 안 된다"면서 "꼭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A씨의 태도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여느 사람들과 비교해 유난히 안절부절못한 데다 표정은 초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다음날 사건을 접수한 고양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사연을 듣고 A씨의 불안한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에게 휴대전화는 아주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식당 전화번호가 48개나 저장돼 있었습니다.

A씨가 일일이 저장한 이 번호들은 바로 A씨의 생계수단이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자 혼자 사는 A씨는 매일 식당에서 몇 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 적게나마 돈을 벌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한 식당에서 '풀 타임'으로 근무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 때문에 A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돌리면서 오늘 혹여 '펑크'가 난 곳은 없는지, 손이 달리는 곳은 없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적게는 두세 시간씩이라도 일을 해 주머니에 돈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으니, 당장 앞날이 막막해진 것이었습니다.

A씨는 생활범죄수사팀에 매일같이 연락해 울면서 호소했습니다.

자칫 별것 아닌 사건일 수도, 혹은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경찰은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A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 주변 폐쇄회로(CC)TV 10여 개를 모두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마침내 한 남성이 물건을 줍는 듯한 모습을 CCTV에서 찾아냈고, 이 남성이 한 교회로 향하는 동선까지 확보했습니다.

수사 결과 이 교회 목사와 친지 간이던 B(32)씨가 바로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B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었고 다행히 휴대전화를 처분하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잃어버린 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달 14일 휴대전화를 찾게 된 A씨는 경찰에 거듭 감사를 표했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B씨는 "금방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B씨가 휴대전화를 장기간 꺼놓은 점 등으로 미뤄 B씨에게 선한 의도는 적었다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B씨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매우 소중한 휴대전화를 무사히 돌려주게 돼 정말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