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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갈등 부르는 터키 개헌안 실체는 '에르도안 술탄 만들기'

외교갈등 부르는 터키 개헌안 실체는 '에르도안 술탄 만들기'
터키가 유럽 재외 국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려던 개헌 지지 집회가 유럽 국가들의 봉쇄로 속속 무산되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통적 우방들 간 외교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11일(현지시간) 터키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집회에 참석하려던 터키 각료들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갈등은 봉합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네덜란드 측 처사에 대해 "나치 잔재" "파시스트" 등 유럽 국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단어를 써가며 비난했다.

서방국들이 이슬람공포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개헌 집회를 불허한 독일 정부를 겨냥해서도 "나치와 다를 바 없다"고 쏘아붙였다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발끈하면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설상가상 라르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이달로 예정된 터키 총리와 회담을 "터키의 민주주의 원칙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등 파장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행이 불발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대신에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지만, 프랑스 외교부는 터키 측에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스웨덴 정부도 12일 열릴 예정이던 친(親) 에르도안 집회를 취소 조치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터키 정부의 개헌 집회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이 대통령 절대 독재체제를 장기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내부 통합을 해치고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안보상의 우려를 내세워 개헌집회를 불허했지만 사실은 터키 민주주의의 퇴행과 장기 독재체제의 현실화를 경계하고 있다.

권력 강화에 몰두하는 에르도안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독재자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오는 4월 16일 치러지는 터키 개헌 국민투표는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개헌이 확정되면 대통령에 행정부 수반 이상의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각료 임명권은 물론 예산 편성권과 고위 법관 과반을 임명할 권한이 주어지며, 대통령령으로 법률 공포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과 의회 해산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1회 중임할 수 있어 2019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이슬람 제국 시절 최고 통치자인 '술탄'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불발 쿠데타 이후 대대적인 숙청에 나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 수천명을 쿠데타 연루죄로 투옥했다.

직책을 박탈당한 공무원만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의 재외 국민은 5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독일에만 14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터키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려면 이들의 찬성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개헌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울 만큼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터키 정부가 나토 우방들과의 외교 갈등을 무릅쓰며 재외국민들에게 개헌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지를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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