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피살 북한인, 김정남 맞다" 첫 공식 확인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북한인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라고 현지 경찰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오늘 김정남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이행했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할릿 청장은 그러나 증인들의 안전과 보호 문제를 들어 어떻게 신원을 확인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정남의 가족들이 신원 확인에 필요한 DNA 샘플을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남 유가족들이 비밀리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거나 말레이시아 경찰이 해외에 있는 유가족이나 친족들을 접촉해 DNA 샘플을 제공받는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 확인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됩니다.

김정남의 유가족들이 신변 위협 때문에 은신 중인 점을 고려할 때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은 중국 베이징에,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아버지가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밝힌 김한솔은 가족들과 함께 마카오를 떠나 제3국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이혜경은 김정남 시신을 인도받겠다고 중국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숨진 북한인이 김정남이 아니라 여권상에 기재된 북한인 '김철'이라며 시신 인계를 요구해 왔습니다.

김정남의 신원이 피살 한 달여만에 공식 확인됨에 따라 누가 시신을 인수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할릿 청장은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시신을 보건부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당장 유가족이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보건부가 관련 절차에 따라 시신을 관리하며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보건부는 유가족이 일정 기한까지 시신 인수에 나서지 않으면 북한 측에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자국 거주 상대국 국민의 출국을 금지한 '인질 외교' 사태의 해결을 위해 물밑 협상에 나선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김정남 시신의 인수·인계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