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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내며 세금 '0' 美 기업 수두룩…법인세 35% 허상

8년 연속 이익 258개 대기업 실질세율 21.2% 그쳐<br>이익 해외이전·스톡옵션 등 허점 이용해 세금 피해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거대 기업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싱크탱크인 조세·경제정책 연구소(ITEP)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2008∼2015년 8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이익을 낸 258개 회사의 실질 법인세율은 평균 21.2%에 그쳤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최고 법인세율이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불평해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은 감세를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만한 세금을 내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ITEP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한해 이상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기업은 100개로 거의 40%에 이르렀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라이스라인닷컴 등 18개는 8년간 연방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이들 회사의 법인세율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는데 이는 세금 환급 때문이다.

ITEP는 각 기업의 공시 자료로 세율을 산출했다.

거대 기업들은 미국 세제의 허점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했다.

보고서는 몇 가지 수법을 제시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익을 해외에서 올린 것으로 잡아 미국 국세청을 피했다.

다만 이들은 ITEP가 세율을 계산한 258개 기업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미국과 해외 수익을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기업들이 이익을 외국으로 빼돌리도록 조장하는 제도 허점을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현 세제가 대기업의 "세금회피"(tax dodging)를 사실상 합법화했다면서 역외 조세 회피처 이용에 대해 "케이맨 군도의 한 5층짜리 건물이 1만8천개 기업의 '본사'일 정도로 너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기계와 장비 같은 자산 가치 소모에 대해 실제보다 빠르게 감가상각하도록 허용하는 가속상각 제도로 사실상 세금을 피한 기업으로는 컴캐스트,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 등이 있다.

페이스북과 엑손모빌 등은 임원들에게 나중에 회사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아꼈다.

페이스북은 2010∼2015년 스톡옵션 세금 혜택으로 연방과 주 정부에 내는 세금을 57억8천만 달러(약 6조7천억원) 줄였다.

개별 산업계는 성공적인 로비로 특정 활동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았다.

예를 들어 원유·가스 채굴, NASCAR 레이스 트랙이나 철도 건설, 커피 로스팅, 에탄올 생산 등이다.

월트디즈니는 영화 제작으로 8년간 1억4천800만 달러의 세금을 아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이런 세금 보조금은 혜택이 골고루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틸리티(수도·가스·전기 등) 기업들은 8년간 실질세율이 3.1%에 불과했다.

산업용 기계, 통신,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회사들은 약 11.5%의 세금을 냈다.

헬스케어와 소매 등 2개 분야에서만 기업들의 연방 소득세율이 30%를 넘었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매튜 가드너는 "분명히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산업 간에 세율 격차가 크다는 점"이라면서 "큰 기업들이 제 몫을 내지 않으면 작은 기업이나 중간소득 가구가 더 많이 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8년간 가장 많은 세금 혜택을 받은 기업은 통신업체 AT&T로 381억 달러(약 44조원)였다.

대형은행인 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가 314억달러와 222억달러로 그다음이었다.

버라이즌(211억달러), IBM(178억달러), GE(154억달러), 엑손모빌(129억달러), 보잉(119억달러) 등도 100억 달러 넘는 세금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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