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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일대사 "르펜 당선되면 당장 그만두겠다" 선언

프랑스의 고위 외교관이 극우정당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49)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일간지에 게재했다.

티에리 다나(60) 일본 주재 프랑스대사는 8일자 르몽드 기고문에서 르펜의 주장들이 프랑스를 지탱해온 고귀한 가치들과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르펜이 당선되면 외교관직을 당장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다나 대사는 "매일 같이 외국 인사들이 내게 당신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물어온다"며 "올여름에 새 직무를 받아야 하지만,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외교관이 되느니 차라리 외교관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국민전선은 마린 르펜이 대표로 있는 극우정당이다.

그는 르펜을 향해 "프랑스를 세계에서 위대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칙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당신의 입장들을 (외국에서) 충실히 대변할 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나 대사는 관대함과 창의성 등의 가치를 거론하며 "당신은 프랑스를 외부세계와 단절시키려 한다. 당신의 주장들에서는 역한 냄새가 난다"며 맹비난했다.

이어 "당신의 프랑스와 세계를 보는 관점은 어제의 것도 내일의 것도 아닌 저 아래 세계의 것"이라며 "당신을 잘 보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를 처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신에게 복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위 외교관인 대사가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 비판하는 일은 내각제적 요소가 강한 프랑스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다나 대사의 기고문은 유럽연합 탈퇴와 폐쇄적 이민정책,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등을 내세운 르펜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프랑스의 공직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우려의 정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펜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극우와 고립주의 바람을 타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1차 투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나 대사의 이런 '격문'이 르몽드 지면에 실리자 프랑스의 제라르 아로 주미대사는 "훌륭한 글"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공직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그는 외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으나 우리는 냉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직자들에 대한 (르펜 측의) 악의적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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