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종인 "고난의 길 가겠다"…7줄 '탈당의 변' 남기고 국회 떠나

"앞으로는 고난을 각오하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나. 앞서 순교(殉敎)라는 말로 표현한 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8일 마지막으로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이날 보좌관을 통해 탈당계를 제출한 만큼, 비례대표인 김 전 대표로서는 의원직이 자동 상실되기 전 '이별'을 고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지 약 11개월만에 스스로 배지를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없이 페이스북에 7문장짜리 짧은 '탈당의 변'을 올리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이마저도 남기지 않고 탈당계만 제출하려 했으나, 주변에서 짧은 소회라도 남겨야 한다는 권유했다고 한다.

이 글에서 김 전 대표는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난의 길'이란 개헌을 고리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 집권을 모색하는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달지 않았지만, 대신 의원회관에서 잠시 마주친 기자들에게는 현재 심경이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각오 등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 오기 전에 조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 선생의 묘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은 직후나, 4·13 총선 직후 등 중요한 고비마다 조부의 묘소를 찾은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편안한 기분"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당에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하기 힘들지 않나. 이제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당의 변에서 '고난의 길'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는 "앞으로 고난을 각오하지 않으면 힘들지 않나. 전에는 순교하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뒤로 처져서 은퇴생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치가 쉽지 않고, 정치를 하려면 고난은 따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자유로워졌으니 이제 전화를 잘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광화문 개인 사무실로 출근하느냐'는 질문에도 "당분간은 아무 데도 안 가겠다"고 했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느냐'는 물음에도 "아직 아무 소식도 없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사무실에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측근으로 꼽히는 이언주 최명길 의원이 '배웅'을 오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직접 와서 김 전 대표와 얘기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도부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고 언급하면서 "은혜를 입었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은혜를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망해가는 당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들어와 살아나지 않았나"라며 "안 전 대표가 탈당할 때에도 말리는 시늉만 했다"고 지적했다.

동반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얘기를 할 것"이라며 "(나가는 사람이) 더 있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책임을 져 주거나 자리를 주는 스타일이 아닌 만큼 각자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개헌 의총'을 연 날이어서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의총장에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가 탈당하게 됐다"고 짧게 보고를 했다.

강창일 의원은 의총장에서 전날 안규백 사무총장이 김 전 대표를 찾아가 '우리가 잘못 모신 책임'이라고 사과한 것을 두고 "잘 대처한 것 같다"면서 "떠나는 분에 대해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